대단히(이찬원)
트로트 가수 이찬원
어릴 때부터 '대단히'라는 말을 많이 썼다. 나에게 트로트의 세계를 알려주신, 대단히 존경하는 아버지가 자주 쓰는 단어였다. 손맛이 좋은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항상 "대단히 맛이 좋네"라며 사랑을 담아 말씀하셨고, 주위 분들에게도 언제나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대단히'는 '대단히 많다' '대단히 멋지다'같이 양적으로 '크다' '많다'는 뜻과 질적인 의미로 '좋다' '뛰어나다'라는 뜻을 함께 지닌 중의적 단어라 생각한다. 듣기만 해도 매우 엄청나고, 굉장히 웅장할 것 같고, 감정적으로도 풍부할 것 같은 어감이다.
동시에 나에겐 '극복 의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신산(辛酸)한 세월을 꿋꿋하게 버텨내신 외할머니는 '대단' 그 자체이자 '대단히'란 글자의 현신(現身)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넘치는 에너지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큰손자를 금이야 옥이야 돌보시느라 당신 돌볼 틈이 없었다. 손자들 돌보다 교통사고도 당하시고 농사짓다 뱀에게 물려 입원하신 적도 있다.
서른다섯에 혼자되신 외할머니의 삶 자체가 꼿꼿했다.
남의 밭은 물론 벽돌 공장, 시멘트 공장, 어묵 공장, 완구 공장, 안 다니신 데가 없다. 몸이 아파도, 일로 바빠도 당신보다 먼저 가족을 생각하셨다. 작년 초 "우리 동네에 '전국노래자랑'이 온단다.
우리 손자 노래하는 거 꼭 보고 싶다.
할미 소원이다"란 말씀에 외할머니 사시는 경북 상주까지 날아가 최우수상을 거머쥐었고,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미'의 영예까지 안으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나의 외할머니지만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힘들어도 힘들다 소리 안 하시고, 언제나 "힘내라" "최고" 하며 마음을 다해 응원해주신다. 언제나 '나의 편'인 우리 가족. '사랑의 콜센타'에서 구슬픈 가족들의 사연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것도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다. 요즘 경북 상주 곳곳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대단히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내 노래를 좋아하고 즐거이 들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많은 독자분께 대단히 감사하며, 대단히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