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죽여마땅한사람들'과 처벌 수위에 대하여
"범죄자 처벌 극단적 방식은 안돼"
"더 이상의 심신미약 감형은 곤란"
"범죄 처벌에 관한 논의 더 이뤄져야"
초록빛 푸른 눈동자를 가진 주인공 릴리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그녀는 이 세상에는 살아봤자 남들에게 해만 끼치는 벌레 같은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을 죽이는 게 오히려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그녀만의 정의구현에 나선다.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인의 당위성을 만들어낸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릴리의 살인은 대범해지고 살인자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등장인물들의 행적들이 도드라진다. 살인이 만연한 이 책을 보면서 최근 한국사회가 떠올랐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피해자 신모씨가 손님으로 온 30대 남자 김성수씨에 의해 살해당했다. 알바생 신씨가 손님인 김씨에게 불친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건이 보도되자 이상민과 김성수 등 스타들이 SNS에서 공개 청원에 나섰고 국민들은 분노했으며 김씨를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고 칭했다. 청와대 청원이 사상 최대인 110만명에 달하며 국민들이 범죄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들끓는 여론과는 상관없이 현재 피의자는 심신미약을 호소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근래 이러한 형태의 흉악 범죄 소식들을 자주 접했다. 범죄가 일어나고 문제가 커지면 피의자는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감형을 원한다. 지금 이 순간도 부산 일가족 살인사건, 광주 청테이프 살인사건 등 흉악 범죄 소식이 주기적으로 화두에 오른다. 하지만 이내 별다른 변화 없이 묻혀 지고 만다. 이젠 범죄 소식을 접해도 두려움과 분노를 피부로 체감하기보다는 무감각해지고 있다. 무감각의 끝엔 체념일까 두려운 심정이다.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라는 릴리의 말은 죽여 마땅한 사람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릴리의 극단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할 순 없다. 하지만 무감각해지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범죄의 공포에 떨지 않기 위해서는 마땅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회를 통과한 ‘김성수법’은 단순한 법 개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 김씨가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내세워 감형을 시도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9일 심신미약 감형 의무조항을 삭제하는 ‘김성수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심신미약 의무조항을 폐지함으로써, 현행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 행위에 대해선 감형하도록 한 규정을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바꿨다. 앞으로 법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돼도 무조건 감경하지 못하고 판사의 판단에 따라 감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좋은 흐름이지만 범죄에 대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여전히 경찰의 미흡한 수사, 보복범죄 등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가람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