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30일
아침 5시 5분 전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영어공부(수업자료 만들기)를 하고
6시 정각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가볼 생각이었다.
방학이 그래서 좋다.
밤 두 시에 일어나 되지도 않는 시를 붙잡고 씨름을 해도 좋고
오늘처럼 아침 식전에 마음껏 쏘다닐 수가 있다.
배낭에 오예스 하나 물병 하나를 챙겨 넣었다.
물론 아들이 회갑 선물로 사준 사진기는 필수.
전주는 순천에 비해 주변 산이 높지않다보니
아침에는 일출을 저녁에는 낙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제 서산너머로 넘어간 해가 오늘 다시 동산에서 떠올랐다.
모양이나 색상이 비스므레하다. 아름답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는체 마는체 그냥 스치는 것 같다.
순천은 안개와 구름에 반쯤 가린 산풍경이 아름다웠다.
역시 사람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눈치다.
늘 보는 것이라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익숙해진다는 것!
그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익숙해짐으로 감동이 옅어지는 것은 문제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손실이다.
마음의 손실이다.
문학에서는 이를 자동화라고 한다.
그 반대의 개
그 반대 개념으로 '낯설게 하기(보기)'가 있다.
늘 보던 것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처음 보는 양 낯설게 보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퇴임을 하면 차를 사라고 주변에서 조언을 해준다.
차가 없으면 기동성이 떨어져서 좋은 구경도 못한다는 것이다.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세상 천지 다 구경하고 다녀야하지 않겠느냐고도 한다.
솔깃하다가도 나는 이내 제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차가 없어도 여행을 잘 하고 있다.
아들에게 차가 있기도 하고
차를 소유한 마음 넉넉한 벗들도 있고
또한, 학교에 산악회가 있어서
(사회에 나오면 수요(화요) 산악회가 있겠지...)
웬만한 산은 안 가본 데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 최고의 여행은 산책이다.
순천에서는 주로 저녁 산책을 했다.
전주에서는 오늘처럼 아침 산책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늘 가던 곳을 매일 가면 지루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런 미시적인 삶이 좋다.
어제 본 꽃을 오늘 봐도 마음이 설렌다.
어제 본 낙조를 오늘 봐도 마음에 격정이 차오른다.
어제 본 아이를 오늘 봐도 신기한 생각이 든다.
그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만으로도
외견상 평범해보이는 아이들도 신기하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꽃이든 낙조든 사람이든
나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내가 아직은 어린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성인이 아닌......
난 갓난 아이처럼 아직도 세상이 신기하기만한 하다.
잘 지어진 집만 봐도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렇게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난 뭘 만지기만 하면 부서지는 희안한 손을 가졌다^^)
인간이 참 대단하다. 등등.
그래서 나는 사는 것이 재밌다.
내가 교사로서 우리 학생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
내 가족, 내 배우자, 내 친구들......내 교육공동체 벗들!!!
그리고........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내가 행복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것이 적을수록
남은 여력을 누군가를 위해 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직은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오늘 아침 만난 풍경들이다.
나를 몹시도 배고프게 한.......
(아침밥을 정말 맛 있게 잘 먹었다.)
*풍경 속에 소설이 한 편 있는데 작가와 제목은?
첫댓글 어쿠 사진 작가 다 되셨네요.....
어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