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시후레쉬껌 1 (외 1편)
김 혜 경
왔어
문자가
아흔 아홉 구비가 대관령을 섬긴다고, 물고기가 강물을, 언덕이 할미꽃을, 목덜미가 하얀 어둠이 새벽을, 백열등이 하루살이를 한입에 섬긴다고, 허공이 새발자국을, 갯벌이 썰물이 벗어 놓고 간 고독을 섬긴다고, 입술이 와인그라스를, 황금빛 가발이 원형탈모증을, 늪이 연꽃을 섬긴다고,
ㄱ ㅡ ㄹ ㅓ ㄴ ㄷ ㅔ
골목길이 쇼윈도 마네킹을 섬긴다고, 옷걸이가 미화원 작업복을, 하늘이 양떼구름을, 정오의 햇살이 고양이를 섬긴다고, 바다가 투덜대는 파도를, 검은 내가 하얀 나를 섬긴다고, 오른손이 휴대폰교敎를, 아침 같은 저녁이 저녁 같은 아침을, 지금 나의 어금니가 쥬시후레쉬껌을 섬긴다고,
보냈어
문자를
고사리 그리고 소묘
두 발로 벼랑 끝에 버티고 서 있다
초록의 몸, 파마머리, 갈색 피부
접동새 울음소리에 모가지가 모가지인 그 여자
산기슭에서 바람 한 장 덮고 새우잠을 잔다
밥이 이슬인, 옷이 그늘인, 그녀
붓다Buddha로 가는 아우성이다
허기에 탁발하지 않는,
발길을 거부하는 산사의 풍경風磬소리만 듣고
산다, 목어의 눈빛으로
팔월을 집어삼킨 사루비아가 돌아올 때면
도시의 입속으로 입양 가는
파란 독신녀
ㅡ 시인정신 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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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 충남 보령 출생. 가톨릭 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과정 수료.
2012년 [시인정신]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강원현대시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