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쓰레기 무단투기, 자고 일어나면 ‘수북’
CCTV 설치, 단속반·지킴이 운영 등 ‘속수무책’…“차라리 봉투 지원을”
춘천시가 쓰레기 분리수거장 CCTV설치, 단속반 및 지킴이 운영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쓰레기 불법투기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리수거장 지킴이 장대호(56)씨는 “학생들이 쓰레기 버리는 모습을 하루에 2, 3번 밖에 보지 못하지만 다음날 와보면 분리수거장은 이미 난장판으로 변해있고, 이러한 현상이 매일 반복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림대 앞 한 원룸촌에 거주하고 있는 11명의 학생들은 “불법투기를 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이중 9명이 “불법투기는 주로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 한다”고 말했다. 불법투기의 이유에 대해서는 “투기하다 걸리면 과태료를 내는 건 알고 있지만, CCTV가 있다고 단속이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거나, “단속반도 특정 시간대에만 분리수거장을 지켜서 이 시간을 피해 투기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현실은 불법투기를 근절하려는 시당국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불법투기 문제를 담당하는 춘천시 청소행정과 백철민 주무관은 “요즘에는 분리수거장을 CCTV로 감시할 뿐만 아니라, 청소행정과 직원들과 분리수거장 지킴이가 민원이 잦은 지역인 대학가나 근처 원룸촌으로 나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투기 및 분리수거 방법을 교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시내 분리수거장 8곳에 CCTV 모니터를 달아 주민들이 쓰레기 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보게끔 하기도 하는 등 무단투기를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에도 분리수거장은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자취방 골목에 위치한 분리수거장의 모습을 보면 분리수거도 되어있지 않고, 종량제 봉투도 없이 버려진 쓰레기들이 한 무더기이다.
자취를 하는 학생들은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기 귀찮아하고, 분리수거 봉투까지 신경 쓰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군다나 아파트가 아닌 대학가 원룸촌은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경봉투가 아니라 용기를 써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취방에는 음식물쓰레기 전용 용기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사용해 분리수거장에 버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지킴이 장대호(56)씨는 “CCTV로 적발된 학생이 있다면, 밤에도 이러한 무단투기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24시간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차라리 그럴 거면 봉투라도 쓰레기 종량제용을 쓰게끔 지자체에서 지원이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올 한 해 동안 무단투기 과태료로 2천230만원을 걷었다. 정부가 저소득층, 국가 유공가, 장애인 등록 세대 등에 한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처럼, 지자체에서도 이 과태료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 자취를 하는 학생들에게 부분적으로 나마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보급해줌으로써 초기 쓰레기 배출 문화 정착을 도모하는 것도 검토해볼만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대학가 원룸촌 무단투기 문제 해결은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분리배출 의식과 불법투기에 대한 안일한 태도 개선에서 시작된다. 때문에 대학생들 스스로가 분리배출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지자체 단위의 봉사활동이나 관련 프로그램, 캠페인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윤 대학생기자
(9일 새벽 1시경 춘천시 교동 한림대 정문 앞에 위치한 분리수거장에 한 학생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