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뮤비가 히트를 치고 있다는데 ‘왜 히트를 치는가’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평론이 없습니다.
‘양아치 싸이 그 신공으로 미국 뚫었다.’, ‘누가 듣더라도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로 촉발된 클럽튠 사운드가 기반이 되었음을...’ 등
아무리 읽어봐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쉰세대의 비애는 여기에 있습니다.
남들은 다 웃는데 자기 혼자 왜 웃는지 모르는 거지요.
웃는데도 이유가 있어야 웃음의 기전이 작동됨은 쉰세대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물어 보지요.
“야, 왜 웃니?”
“(그냥) 웃기자나요~”
이거 문제 심각합니다.
그래도 젊은 세대와 그런대로 ‘통’한다 자부하는 나였는데
아무리 봐도 웃기기는커녕 힌트가 될 만한 ‘삘’이 꽂히질 않다니?
그래서 찾아봅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중에서 제일 긴 8분여짜리 메이킹 뮤비 버전으로요.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것이 설마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나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라는 가사 때문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춤이나 음악적인 요소일 텐데 음악적인 요소는
위에서 언급한 ‘클럽튠 사운드가 기반이 되었음을...’ 정도이니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는 얘기겠고요.
그것도 아니라면 춤이겠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리 어릴 때 운동장에서 말타는 것 연상하며 뛰어노는 품과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싸이는 장소와 상황을 바꾸며 반복적으로 말춤을 춥니다.
회전목마에서 강변에서 지하철에서 놀이터에서 강남 교보네거리 쯤 횡단보도에서...
그러면서 녹화된 비디오를 보며 스텝들과 배꼽을 쥐며 웃습니다.
‘한심해’를 연발하면서...
하두 궁금하니 방에서 잠시 옛날을 떠올리며 말타기 스텝을 ‘잠시’ 밟아 볼까도 합니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이거 좀 ‘한심하기도’ 하고 쑥스러운 짓이구먼~
IT세대로 넘어 간 지금은,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386. 486, 셀러론, 펜티엄, 듀얼코어, 쿼드코어...
오래 된 기판과 프로그램을 그냥 머리속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리뉴얼하는 사람들.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는 파일형식은 그야말로 최신버전인데
이 파일을 돌려줘야하는 프로그램은 오래된 버전이 되어
제대로 재생이 되지 않는 미디어플레이어가 내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운동장에서 말타기 흉내 내며 뛰어노는 ‘웃기지 않는’ 진지한 폼이
신세대의 눈이나 감각에는 ‘웃긴다’로 출발해 ‘이거 물건 되겠는데’하며 ‘웃기다’버전으로 나온 게 아닌가,
그렇게 미루어 짐작해보는 거지요.
산울림의 ‘아니 벌써’를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처음으로 병실에서 들으면서
‘어떻게 저런 게 노래가 될 수 있을까, 한심한 XX덜’이라고 한 사람이 헌정판까지 집에 있을 정도고,
가성을 쓰는 가수들만 나오면 ‘힘들게 벌어 먹는구나’하며 다이얼을 돌렸던 내가
이승철의 노래에는 아주 가끔씩 가슴이 짠해지는 걸 보면,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도 반복적으로 보고 듣다보면 또 새로운 맛이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9월 1일 연아동문 페스티벌에 싸이가 출연하지요?
(주: 저의 학교 총동문회가 9/1 용평에서 단합대회를 합니다.)
뒷자리에서 흥분한 티내지 않고 챔피언이나 환희를 들었으면 했는데,
집행부에서 절묘하게 카수 선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느닷없는 ‘오빤 강남스타일’ 때문에, 오빠부대들이 몰려들어 혹 지장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되겠지요?
“여러 번 보니까 ‘오빤 강남 스타일’ 정말 재밌고 웃기다. 진짜야~”
“오빠! 나이 좀 생각해~”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맞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류변화에 잘 따라가고 적응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8비트 컴퓨터 부터
새기계가 나오는 족족 모두 바꾸기를 했죠) 이제는 IDE 포트만 있는 데탑 조차 만족하게 사용하고 있고 더 이상 전진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니 이젠 구제불능인가 ? 아니라고 말 좀 해주실 분 어디 안 계신가요 ?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을 보시는 것도 재주임.
요즘은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것도 옆자리에서 들으면 전혀 엉뚱한 얘기들을 쉬임없이 하면서도 같이 낄낄 웃고, 그게 다 늘거가능거임.
우리 마누라가 말이여...이노무 여편네가 12시 되면 침실로 들어와야 멀 하든지 말든지 할낀데 ㅋㅋㅋㅋ
맨날 거실에서 혼자서 킬킬거리면서 예능 프로그램 보고 있다는 말이지..첨엔 시답지 않게 뭘 저런 걸 보나 했는데..예능 프로그램이 은근히 중독성 있어요..결론은 시답지 않드래도 TV 좀 보고 젊은 애들 좋아 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야 시류도 좇아가고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이해가 되지...
예전에 소싯적에 카나다 근무할 때 불어권인 퀘벡에 있었는데 얘네들이 영어 정말 못하거든..내 영어가 훨 낫거든(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영어 대사에 자막 없는 영화관에 가서 뭔 코메디 비슷한 거 보는데 현지인들은 까르를 웃는데 영어는 알아 들어도 나는 하나도 재미 없거든..문화적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