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병동에서
우리 집안은 뭐가 자꾸 생겨서 잘라내도 자라고 잘라내도 자라고 그래도
어렵지 않을 거라 했다
내 앞의 저 사람은 반팔 흰 티셔츠 어께에 한껏 걷어 올리고
가느다란 두 팔로 한 시간이 넘도록
무엇을 저렇게 닦는 거야? 한 시간째 계속 닦고 있잖아 티셔츠를 어깨까지 올려 부치고
결벽증인가
결백?
뭐가
엄청 춥고
엄청 덥고
동해 해안가에 가봤어?
방파제가 바다 속에 들어가 있더라고
발이 세 개씩 달린
바다가 넘어온 거야
슬금슬금
넘어
그렇게 와도 좋겠다 싶다
저 사람은 무슨 음료를 저렇게 큰소리를 내면서 빨고 있지?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저러고 있을 건가
신경 쓰여
집들이 바다에 가까워 졌어 아니
바다가 집들에 가까워 졌어
가속도가 붙은 거야
잘못 삼킨 물이 콧속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기분이랄까 귀가 먹먹해지고 얼굴에 물이 가득 들어차는 거 같아
아프겠다
별 거 아니라고 했다니까
눈이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어
엘이디
조명아래 눈들이 빛나고 있었지
아름다웠다
그 순간 아마도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었을지 몰라
천사들이 내려오는 거 같았거든
금방 내려오겠지?
뭐가?
잘 봐 불빛을 비춰가며
보면
보일 거라고 했어
2025년 <시하늘>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