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 줄거리
주인공 브라이오니 탈리스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성이 예민하여, 결벽증이 있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아직 2차 대전이 발발하지 않았고 영국 상류증이 마지막으로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던 1935년,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브라이오니의 언니 세실리아는 뭔지 모를 답답함과 자립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탈리스가의 가정부의 로비 터나가 있다. 계급적인 거리감과 둘 사이에 막 싹트기 시작한 성적인 긴장감 때문에 세실리아와 일부러 거리를 두는 로비와 로비의 태도를 눈치 채고 표현하기 힘든 울분을 느끼고 있던 세실리아가 어느 뜨거운 여름 오후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마주친다. 그동안 쌓인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감정이 폭발해 버린 세실리아는 로비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고 분수대로 뛰어들고, 건물 위층 창가에서는 상상력 풍부한 어린 브라이오니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날 오후, 탈리스 가에는 손님이 찾아온다. 저녁 식사 도중 탈리스 가에 와 있던 친척 아이들이 실종되고, 브라이오니의 사촌언니이자 아이들의 친누나인 롤라가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가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한다. 한편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까지 덧붙인 브라이오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이로 인해 의대에 진학하려던 총명한 청년 로비와 로비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된다.
제 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징집되어 2차 대전의 지옥을 겪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언 매큐언의 충실한 역사적 고증과 이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낸 장인적 묘사들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연합군이 마지노선에서 퇴각하여 됭케르트까지 철수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폭격의 공포, 본국으로 떠날 배가 없어 절망에 처한 병사들이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이 그려진다.
제 3부에는 브라이오니가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간호사로 자원하여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려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한편 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강간하여 그 모든 비극을 몰고 온 장본인인 폴 마샬과 행복하게 결혼을 하고, 롤라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브라이오니는 잘못을 빌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세실리아를 찾아간다. 로비를 사랑하여 처음부터 그의 결백을 믿었던 세실리아는 그 여름밤의 사건 이후 가족을 등지면서까지 집을 나가 브라이오니보다 먼저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세실리아의 하숙집에 들은 브라이오니는 거기에 와 있던 로비를 발견하고 자신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잘못도,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전쟁마저도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한편으로 안도하며 또 한편으로는 쓸쓸해하며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것은 전쟁 후 소설가가 된 브라이오니가 말년에 집필한 마지막 소설의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결말 부분은 완전히 허구이다. 사실 로비는 전쟁 중이던 1940년 6월에 퇴각을 하루 앞두고 브레이 듄스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며, 같은 해 9월에 밸엄에 있던 세실리아는 밸엄 역에 가해진 폭격으로 숨지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그토록 그리워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시차를 두고 각자 사망함으로써 생전에 영영 재회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거짓 증언으로 그토록 사랑한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았을 뿐만 아니라 인생을 망가뜨리고 나아가 세상을 떠나게까지 만들어 버린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죄를 평생에 걸쳐 후회한다. 그 후 브라이오니는 그 자신이 소망한 대로 소설가가 됐지만 말년에 치명적인 혈관성 치매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고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그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소재로 자신의 스물 한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소설을 집필하고 결말 부분은 실제와는 다르게 두 사람이 죽지 않고 재회하여 계속 사랑하는 것을 창작(invent)한 뒤 이 소설의 제목을 ‘속죄(atonement)'라고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