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확장과 양의 에너지를 생각한다
햇살. 불. 술. 나무. 빨강. 초록
피. 땀. 눈물. 통증이 걸어왔다
내게 기꺼이 내어준 찰나적 영원성을
시대의 한 표정으로, 미완의 문장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2026년 7월
아파트 승강기엔 좌표가 산다
와락 쏟아진다
어젯밤 술 냄새
경계 잃은 무늬들 오장육부에서 뱉어낸
엊그제 무너진 자존심
취기보다 더 휘청인다
고장 난 수도꼭지 통과하는 물처럼
누군가 던진 말 허공에서 떠다니다
여름내 울어 젖는 매미처럼
내게로 밀려든다
서로의 점과 점을 가늠하는 공간에서
낯선 자의 삶이
훅, 들어와 기울어질 때
경위도 어디를 향해
발걸음
떼고 있을까
가야 위에 눕는 하루
1.
대장간 풀무질 담금질로 태어난 것들
덩이쇠, 칼과 방패 뜨꺼웠다 식었디만
여전히 녹슬지 않아 흙 속에서 벼린 것들
대장장이 손 매달려 달구고 두드러져
호미로 박혔다가 불덩이처럼 일어나
얼차려 이천 년 전 기억
또다시 깨어난다
2.
컨베이어 벨트에 한여름 저당 잡혀
시급이 계급 되어 생을 갉아먹어도
더 이상 쪼갤 수 없어, 절마에 몸 낮춘 날
불쑥불쑥 치솟는 화
얼음을 씹어대며
역사책 한 줄에도
기록되지 못할, 이름들
가야 땅 꿈 꾼 시간들
파편 돼 흩어진다
오월
바닥까지 닿아도
알 수 없는 아픔이
몸 누인 슬픔처럼
편편이 흩어져
산지천 어둠 돋우는 청개구리 가득 웁니다
뻥 뚫려진 가슴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아
아카시아 찔레꽃
먼저 간 이 그리워
하얀 꽃 다발다발로 울고 싶은 오월입니다
소쇄원
울음은 마디 털어 허공에 서 있다
헛배 불린 불온한 말
쏟을 것 다 쏟아내
텅 빈 곳 천둥벌거숭이로 우무우묵 나앉아
무성한 여름빛에
무수히 뒤척였을
어둠의 첫 별을
파랗게 씹어댔을
내달릴 허공을 향해
서걱서걱 울었을
추어나 푸돗던고 2
햇살이 술이었던가 바람이 춤이었던가
천기누설값 치르고 길흉을 안다는 건
때로는
뱉은 말보다
못한 말이 더 많지
살아내려 애쓴 날들 마른 가슴 뒤엄키고
누군가 꿈꾸고 간
그곳에서, 또 꿈꾸며
억센 것
순한 것 사이
우리의 범박한 사랑
강영임 선생님!
햇살이 술이던가 바람이 춤이던가,
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