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모란꽃 피는 날에
옛꿈은
하염없이
꿈결속에 사라져도
찬 이슬
비바람에
눈물짓던 그 세월에
화들짝
불꽃을 피워
일어서는 사람들
2026년 4월 25일
소심 김정희
태산목 아래서
살아 한 되는 숨결
소심의 옷깃 여미고
한 하늘 우러르며
푸르름에 젖는데
멀리서
우짖는 낮 꿩
봄이 지는 조종 소리
나래깃 펴는 옛 생각
강물에 띄웠건만
산다는 건 한의 쌓임
뭉클한 앙가슴에
사랑은
몽 탄 잿더미
연기 같은 나날들
찻잔1
담금질
불길 속에
영겁을
얻었어라
뜨거운
무늬 위에
운학을
길들이고
빈 잔에
고이는 말씀
앙금처럼
앉는데...
망월동 백일홍
"무쇠를 녹이리라"
"무쇠를 녹이리라"
망월동 무덤가를 달구는 저 불가마
장대비 백날을 쏟아도 불길은 끌 수 없고
천둥번개 내리치던
아수라 지옥의 날
사태진 언덕 위에 불기둥으로 솟아
허공에 빛을 뿌리고 몸을 사른 혼백들
내 눈물 땅에 묻고
돌아서는 이 길목
은은히 들려오는 우렁찬 저 종소리
에밀레, 종 치는 나무여, 네울음에 발이 묶인다
세한도 속에는
하얗게 언 하늘에 별곡이 흐르고 있다
서슬 푸른 창대이듯 서 있는 소나무
그 곁에 휘늘어진 노목
예서체 쓰는 날에
눈 덮인 바닷가엔 솔빛만이 푸르다
용솟음치는 치는 성난 파도 먹물 풀어 잠재우고
적막이 숨죽인 자리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다만, 우주와 교신하는 외딴집 둥근 창 하나
사람은 뵈지 않고 신명만 넘나드는 곳
깡마른 조선의 혼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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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김정희 선생님의,
시조선집 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