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상속받은 선물을 들고
점진적으로 걷는다
고행 없는 언어 속으로
아무 곳인 폐허 속으로
철저한 복종속으로
그것이 전부인
당신의 속으로
2026년 7월
서성자
연민
망설이다 깔깔 웃었다
걱정 말자고 했다
자주 비가 내렸다
발바닥이 간지러웠다
너 없는 여러 날처렁
하얗게 쏟아졌다
독립적인 슬픔
섬약한 연민처럼 비가 내리는 저녁
바위틈에 새끼를 두고 사라진 고양이가
궤도를 떠나야 하는 눈빛으로 왔다
어떠한 슬픔도 두고 가지 않겠다는 듯
흘러서 멈출 때까지 그렇게 흘러가서
울거나 사죄하거나 돌아서지도 않겠다는 듯
반 고흐의 별빛 같은 기둥이 일렁인다
멀찍이 비켜선 생명의 통증 위에
등뼈에 다가와 있는
영원이라는 숨결 아래
곡우
꽃 지고 너도 갔으니 이불이나 말려야지
걱정 없는 하늘 아래 널브러진 꽃잔디
할 말을 까맣게 잊은
입술들이 뭉클해
연둣빛 지천에 눈은 자꾸 까끌거리고
비 실은 바람에 질 꽃 지고 필 꽃 피리
멈추어 돌아보는 길
그 맘이야 젖든 말든
고요한 대답
비를 안고 흘러내리는
저것은 침묵이다
각각의 고립이다
지천의 적막이다
내일을
말하지 않는
생생한 소멸이다
풋풋한 잎들이
젖을 빨듯 비를 먹고
눈물이 맺혔으나
그저 웃기만 한다
선망과
섬망 사이에
목련이 피고 지었다
먼 후일
꽃에서 사랑에서 너와 내가 멀어진 후
천 년을 헤아리다 한 번에 핀 아스타국화
무작정
아스타, 하고 부르면
엎어지고 쏟아져
기대어 잠들면 새가 되자 했던가
약속한 별밤이 벙글벙글 웃는 동안
작별이 부드럽게 와서
침묵 속에 돌아눕고
어느 날은 이명처럼 꽃이 멀리 울 것이다
예감의 눈빛들이 허벅진 구릉 사이
보랏빛 낭하를 걷는
안개비가 묽다
서성자 선생님!
어느 날은 꽃이 멀리 울 것이다,
출간을 축하합니다.
카페 게시글
회원신간
서성자시집《어느날은 꽃이 멀리 울 것이다》2026.07.20.가히
김계정
추천 0
조회 32
26.08.14 13:21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