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잡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석연휴를 보내던 중에 밴드로 날아든 지인의 알림장이다.
“조개 잡으러 오세요. 우리 동네 구조라 해수욕장에 갈미조개가 많이 잡혀요. 내일 토요일이 큰물이니 와서 많이 잡아가세요.” 바구니에 한가득 담긴 예쁜 조개 사진과 함께 올라 온 글이다. 한 달포 전에 다른 지인이 구조라해수욕장에서 밤 산책하다가 발견했다며 모래톱에 소복이 있는 조개무리를 페이스북 사진으로 올린 터라 호기심 반, 놀이할 요량 반해서 구조라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많이도 모였다. 여름 해수욕객 수보다도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먼저 온 지인들이 벌써 한 망태의 조개를 들어 올리며 바닷물 안으로 들기를 재촉한다. 손짓을 따라 들어가며 다른 사람들의 조개 잡는 요령을 살펴본다. 바닷가에서 모래톱을 호미나 꽃삽 같은 연장으로 조개를 캐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바닷물 안에 들어가 바닥을 헤집는다. 사람들이 하는 대로 배꼽깊이만큼 들어가 발바닥으로 물밑을 헤집으니 정말 발바닥에 조개들이 밟힌다. 너무 신기하고 재미난 촉감이다. 열심히 잡고 있는데 좀 더 깊은 쪽으로 가면 씨알이 굵다며 안으로 들이민다. 그렇게 더 들어가서는 발로 비벼서 조개들을 헤집어 놓고 덤벙 자맥질하여 양손으로 퍼 올리니 많게는 여덟 일곱 개, 보통 대여섯 개가 잡힌다. 씨알도 훨씬 더 굵다. 재미도 이런 재미가 더 있을까 싶다. 마침 옆 사람이 자기는 자맥질을 못한다며 가지고 있던 물안경을 빌려주어 이것을 쓰고 하니 봉사가 눈을 뜬듯하다. 맨눈에는 희부연 물밑 시야라 지레짐작으로 조개잡이를 했는데 물안경을 쓰니 조개며 돌이 구분되고 헤집지 않고 자맥질을 하면 조개들이 들어 있는 숨구멍까지 보인다. 그리고 이 속의 조개들이라니.... 정말 신기하다. 발바닥에 수북이 밟히는 조개는 마치 쏟아 놓은 듯하다.
가져간 망태가 다 차서 들고 나오며 물안경 주인에게 한가득 조개를 담아 돌려주니 되레 고맙다는 인사를 돌려준다.
뭍으로 나오니 사람마다 한 망태기씩을 잡지 않은 사람이 없다. 식구가 많고 좀 더 준비를 해 온 사람은 아예 커다란 고무다라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언듯 욕심들이 지나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고 아무리 많지만 각자 자기 먹을 만큼만 잡아가는 가는 것이 옳다 싶다. 다행히 우리 일행들은 이 생각에 전원 공감해서 서로가 잡은 조개를 모아 넷으로 나누니 한집에 한 망태씩 맞춤같이 돌아간다.
챙겨서 나오는데 모래사장 끝 차도에다 트렁크를 열어 놓고 망태로 들통으로 다라로 셀 수 없을 만큼 실어 올리는 사람, 장정도 들기 어려울 다라를 세 개 네 개씩 놓고 퍼 담는 사람 그리고 일행의 수보다도 많은 수의 망태를 쌓아 놓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이때까지 즐겼던 신기한 체험과 재미의 기분이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꼴 보기다.
돌아 나와 방파제에 둘러앉아 구조라가 생기고 처음인 이런 기현상과 조개의 종 무엇이고 또 바른 이름은 무엇인지를 토론해 본다.
해수욕장의 모래를 서해안에서 보충해오며 종패가 붙어 왔다는 주장과 원래 조금 있던 종자가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인해 불어났다는 주장, 이 두 주장을 더해 그간 태풍이 없었음으로 인해 조개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생태환경이 주어졌다는 주장까지 다양했지만 누구하나 이것이 맞는 거라고 자신 할 수 없음에 서로 웃고 만다.
조개의 종과 이름도 그렇다. 동네 사람들은 갈미조개라 한다하고 누구는 모시조개, 누구는 백합, 대합, 누구는 노랑조개라 한다. 이 역시 어느 것도 ‘그 이름이 맞다.’ 라는 전체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다. 여러 설과 예측들을 하지만 지금까지 없던 일이 생겨났고 환경의 변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누구도 여기에 반론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재앙의 징조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연이 가져다주는 선물로 볼 것인가이다.
사물의 좋고 그름은 보고 얻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듯이 이 역시 그렇다고 본다. 급한 자연의 변화라 재앙의 징조라고 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혜와 지식을 동원해서 이를 막아야할 것이고 자연이 주는 좋은 선물이라면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취하는 것도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해서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모른 체하고 욕심만을 부리면 이것이 곧 재앙인 것이다.
경험적인 예를 들면, 북미는 지속적인 해양자원상태를 파악해서 해마다 채집 가이드북을 제공한다. “굴은 한사람 1일 채집 10개, 바지락은 20개, 대구는 50Cm 이상 크기만 잡을 수 있으되 하루에 2마리만 가능하다. 게는 18Cm 이상을 잡되 수놈만 잡아야한다. 수놈은 꼬리가 세모꼴이고 암놈은 둥글다.”는 식으로 자세히 안내한다. 이것은 바다낚시 허가서를 사면 당연히 받게 되는 매뉴얼이기도 하고 또 바다낚시나 조개잡이를 하려면 돈으로 허가서를 사야만이 가능한 것 또한 물론이다.
우리도 이 본보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염려대로 구조라 동네에서 조개의 남획이 지나치다며 한 사람당 채집의 양을 한정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나의 방편이 되기도 하겠지만 이 보다 먼저 갖추어야할 것은 누가 꼭 통제하고 제재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날의 필요만큼만 채집하는 자제와 절제의 시민양식이다. 이 양식으로 인해 저런 걱정들은 쓸데없는 것이 되고 저 신나는 재미와 신기한 체험은 끊이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좋은 해수욕장의 명성과 조개잡이의 명소로 지속이 가능할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거제YMCA 사무총장 문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