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30주기 문학제 낭송시)
천둥벌거숭이 노래 11
-그리운 사람 고정희
이민숙
불두화 정갈하게 손 모으는 오늘, 펼쳐 보여주던 육필원고를 생각합니다
아직 첫 시집이 되기 전의 또박또박 펜글씨, 가열차고 염결한 시심을 들이밀었던
시인이여 시여 별빛 주목나무로 남은 언어여 정신이여!
그 눈빛으로부터 한 술 더 뜬 삭발의 머리!
차마 당신께 묻지 못하고 가슴에 꽝! 천둥치듯 그 심사만 간직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숱한 인연은 우연, 아니 모든 인연은 필연,
가슴에 화인처럼 박힌 채 영혼밖에 부를 길 없는 시간들!
시간의 껍데기와 살, 결코 비켜서지 못할 노래
“언어를 고민하지 마라 삶을 고민하라!”
당신의 눈빛으로 시를 쓸 수 있음에 이 어찌 축복 아니리오!
지리산 세석고원을 넘으며 썼지요 당신은,
*“발 아래 산맥들을 굽어보노라면
역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산머리에 어리는 기다림이 푸르러
천벌처럼 적막한 고사목 숲에서
무진벌 들바람이 목메어 울고있다
나는 다시 구불거리고 힘겨운 길을 따라/저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고요하게 엎드린 죽음의 산맥들을
온몸으로 밟으며 넘어가야 한다
이 세상으로부터 칼을 품고, 그러나
서천을 물들이는 그리움으로
저 절망의 능선들을 넘어가야 한다
막막한 생애를 넘어/용솟는 사랑을 넘어... ...”
그 역사 오늘에 이르러 고립무원, 당신이 넘던 저 절망의 능선은 아직도 첩첩산중,
용솟는 사랑마저 여수의 동백 모가지 째 뚝뚝 끊어지는 오늘,
그러나 세석고원 철쭉 선혈이 흐르듯
우리의 그리움은 긏지 않았으며 눈물 폭포수처럼 뜨겁습니다
얼음 박인 철조망 허물어뜨릴 날 노래할 것입니다
당신께 기어이 부끄럽지 않게
우리 여럿이 어깨동무하고 해방을 자유를 어깃장 놓겠습니다
조선의 조선의 지리산의
조선의 조선의 백두산의
한강의 압록강의 그 하루를 둥글게 따스하게
혼불 맞이하듯 황톳빛 그리움으로 끌어안겠습니다
분홍꽃불로 타오를 지리산의 깊은 봄처럼
백두대간을 맨발로 흩뿌리길 염원한 1948년생 마고할미를 위하여
당신이여 고정희, 천둥벌거숭이의 빛이여!
*<지리산의 봄 4>/ 『지리산의 봄』/ 문학과지성/에서
.... 고정희 30주기 기념문학제: 2021년 6월
첫댓글 선생님 시가 절창이라
감히 12번을 쓸 엄두가 안납니다.
최고!
지리산의 봄을 맨발로 걷고싶어요~^^♡
무슨 말씀!
선미씨 여행시의 에너지를 받아 이어서 써야지요~으쌰 천둥벌거숭이 노래 12로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