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들어오는 신호등... 교통약자, 그들이 설 곳은 어디에
지난 2월 22일 국회는 교통약자를 위해 이동편의 시설 확충 및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법’ 일부를 개정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들이 많다.
법 개정은 버스, 지하철 등 일부 대중교통과 새로운 시설물 구축에 국한되어 있다. 정작 전국적으로 가장 큰 이용 비중을 차지하는 보행도로 환경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로에 즐비한 보행 신호등의 상태는 결점이 많다. 점등 상태만 신경 쓸 뿐 음향신호기의 작동여부 점검은 뒷전이다.
출처 : 행정안전부 출처 : 경찰청
출처 : 경찰청
경찰청의 2018년도 보행자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총 5만 315건의 교통사고 중 1만 7천544건이 횡단 중에 발생했다.
2011~2015년 사이 전국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현황에서 고령 보행자(교통약자)의 비율이 평균 47.44%로 높게 나타났으며 지난 2016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서는 총 247건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유형 중 ‘도로 횡단 중’이 186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통약자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 보다 먼저 보행도로 환경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 춘천시의 신호등과 스마트 가로등 현황 및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를 소재로 취재했다.
출처 : 경찰청
출처 : 국가통계포털 KOSIS
춘천시 역시 지난2017년에 총 1686건의 교통사고가 있었으며 그 중 보행자와 자동차간의 사고가 297건으로 많이 발생했다. 춘천은 강원도 내에서 원주 다음으로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횟수가 높다.
출처:국가통계포털 KOSIS
출처 : 춘천시청 교통과
지난 15년간 춘천시 보행 신호등의 개수는 716개 증가했다. 현재 춘천시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등은 총 1528개이며 그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신호등은 344개다. 김중수(33, 춘천시청 교통과 담당자)씨는 “음향신호기는 인구 이동이 많은 곳의 신호등 위주로 설치되어있다”고 말했다. 또 “음향 신호기 점검에 대해서는 민원이 들어온 신호등을 위주로 점검 한다”며 “신호등 점검의 우선순위는 음향신호기가 아닌 점등동작의 고장유무”라고 덧붙였다. “음향신호기 고장은 비나 누전 등으로 자주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일일이 다 손쓰기는 역부족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취재 결과 유동 인구가 많은 ‘춘천시청’, ‘명동 입구’, 심지어 ‘춘천 시의회’, ‘춘천 경찰서 동부동 치안센터’앞 신호등까지 음향신호기가 부착되어있을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와 사고방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춘천시 옥천동에 위치한 춘천시청 앞 신호등의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좌)
춘천시청 앞 경찰표준교통신호제어기의 모습(중).
춘천시 조양동에 위치한 명동입구의 신호등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우)
춘천시 교동에 위치한 춘천 경찰서 동부동 치안센터 앞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 신호등의 모습.
대다수 시민들은 신호등의 음향신호기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없다.
명동(춘천시 조양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초록불 신호를 기다리는 최씨의 모습
최진수(59,무직)씨는 “지금까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잘 건너왔기 때문에 신호등 음향신호기의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더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해지고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를 상상해보니 그때는 횡단보도 건너기가 불안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요즈음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주변의 밝기나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조도와 동작을 제어하는 ‘스마트 가로등’도 많이 설치되고 있다. 스마트 가로등의 기능으로는 CCTV, WIFI, GPS수신기, 비콘사용, 조명제어, 위급상황 신고 기능이 있다.
춘천 역시 95개의 스마트 가로등이 세워져있으나 95개 모두 CCTV, GPS수신, 조명제어의 기능만 작동할 뿐 나머지 3개의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일반 가로등과 큰 차이가 없어 교통 약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교통약자를 위한 ‘봄내 콜 이동 지원센터’가 평일, 주말별 시간 예약제로 운영 중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터의 존재 유무조차 알지 못하는 등 시민들은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와 관심에는 무관심하다.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봄내 콜 이동지원센터의 차량 모습
김홍기(53.소상공인)씨는 “춘천에도 교통약자들을 차로 태워 이동시켜주는 단체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있지만 자세히는 모른다, 서울 경기에서만 활성화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40년 넘게 춘천에 살았는데 이동 지원센터 차량을 본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머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시 차원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강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 진다.
글.사진 = 시민기자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