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여름날 부부는 산책을 나섰다.
제법 뜨거워진 햇볕은 짙은 녹음이 가려주고 있었고,
작은 공원에는 탐스럽게 핀 수국들이 눈길을 끌었다.
놀이터 그늘 아래에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쉬고 계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중,
어느 자그마한 담장이 처진 곳을 지나게 되었다.
담장 가득 푸른 넝쿨이
아래로 흘러내리듯 자라고 있었다.
순간 남편은 어릴 적 냇가 바위틈에서 자라던 돌단풍이 떠올랐다.
생김새도 어린 단풍잎을 닮았고,
담쟁이는 보통 위로 올라간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저기 돌단풍 좀 봐.”
아내는 고개를 갸웃하며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찾아보더니
슬며시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담쟁이 같은데?”
함께 살펴보니 담쟁이도 환경에 따라 아래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돌단풍은 각각 하나의 개체로
자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남편도 자신을 돌아보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한 후에 말해야겠구나.’
그리고 아내를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꼈다.
만약 그때 아내가 “담쟁이도 모르고 돌단풍도 모르냐?”라고 말했다면,
아마 며칠은 서로
서먹한 관계로 지냈을지도 모른다.
아기가 말을 배우는 첫 번째 이유는 상대를 알기 위해서이다.
엄마를 알고,
엄마에게 필요한 것을 얻고자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는
배운 것을 다시 후배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이 되고,
강은 바다로 돌아간다.
말은 상대에게 이해를 주기 위한 것임을 안다면
평소에 나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언제든,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연구하고 함께 알아가야 한다.
담쟁이도 좋고 돌단풍도 좋다.
이제는 무엇이 맞고 틀린가보다
서로를 위하는 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23일사회연구원 김수길
말을 할 때에도 노력을 해야 상대가 받아준다.
돌아오는 말로 사이가 결정이 된다.
좋아질지 아니면 다시 돌아갈지
정법강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