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행 총알 택시
막차 끊긴 도심은 새까만 먹칠이다 술자리 10분 당겼으면 배춧잎 몇 장 아꼈을 거라며 설레설레 흔들 때마다 썰물처럼 쓸리고 밀물처럼 몰려오는 인파들, 지금은 지하도 끄트머리 작은 통로로 담배 연기처럼 오그르르 빠져나가더니 아무도 없다, 며 눈 비비다가 택시 잡는다
갑오년 그해 우금티 넘다 쓰러진 농민군 재생 필름도 아니면서, 그 고도(古都) 안착으로 새벽이 편안해지는 이유가 제발 무엇일까 발바닥 털며 택시 잡았는데
내 나이 69세,
그 어느 꽃 피는 젊은 날이었던가, 시국과 맞서는 불온사상 몸에 붙더니 ‘힘들게 살아야지’ 거친 벌판 찾다가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어두운 골목길 씨 뿌리던 작업 잠옷처럼 편안해지더니 오히려 안식이 두려워졌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으니
긴 세월 열심히 산 게 맞는 부분도 있긴 하다 새벽 도서관, 활자판 씨름하며 자존감 높였다 회오리 타고 날아온 안마당 미꾸라지처럼 청중 앞에서 지느러미 토하는 행운도 있었고 더러는 단두대에 자신만만 서던, 그대로 둥지처럼 안락했다네 시헐시헐
아저씨, 눈 뜨세요 타자마자 코 골며 주무시더니 ‘민주주의와 빵과 통일’이 어쨌다고 웬 잠꼬대 잔칩니까 자 이제 공주터미널이라고요 자정 지나 신호등 꺼졌으니 조심조심 징검다리 건너듯, 예스요 안녕히 가십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