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에 갔습니다. 때마침 도서관 마당에 피어있는 벌개미취 꽃이 참으로 기분 좋게 만듭니다. 코스모스 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이 꽃의 이름이 ‘벌개미취’라는 것이 좀 의아하지만, 예쁘게 생겼는데도 ‘개망초’ ‘애기똥풀’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꽃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조금은 벌개미취에게도 위안이 될 듯합니다.
오늘은 참 감사한 일이 많은 날입니다. 아침에 어린이 미사에서 지난 주 아이들 사진을 찍은 걸 ppt로 편집해서 영상을 띄워주었습니다. 굳이 안해도 되었던 일.그래도 아이들이 좋아 할 거란 생각 하나로 한 일인데.. 화면에 아이들 얼굴이 나오는 순간 한 아이의 눈이 동그래지며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랍니다. 차마 소리는 낼 수 없을 만큼 성당 안이 조용해진 터라,두 손으로 입을 가렸는데도 워낙 작은 손은 귀에 걸린 입을 다 가려내지 못하더군요. 저는 그 두 손을 기억합니다. 제 맘이 어찌나 설레던지요. 편집 작업을 하면서도 괜한 일을 하나 했던 나의 기우가 행복으로 바뀌던 순간입니다. 주일학교가 끝나고 아이들한테 사진을 찍자고 하니 아이들은 기꺼이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합니다. 어떤 아이는 화면이 흔들렸다며 다시 포즈를 잡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사제관을 기꺼이 아이들 도서관으로 내주셨던 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주일 학교는 가기 싫어도, 보고 싶은 책이 가득했던 성당 사제관 조그만 도서실. 아이들끼리 좁은 어깨를 부대끼며 봤던 그 책들이 지금도 행복한 기억으로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조그만 추억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행복했던 아침이 오늘의 첫 번째 감사입니다.
주일 오후,도서관을 나와 갑자기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예수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맘으로 성당을 갔습니다.아무도 없는 성당에 정민 아버지께서 테라스 바닥을 칠하고 계시더군요. 늘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시는 그 형제님께 고마움을 느끼며.. 방금 칠한 데크 위로 나의 무시무시한 발자국을 찍으며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의 두 번 째 감사는 오후에 성당에서 형제님을 봤을 때입니다. 잠깐 대화를 나누다 “님포도라가 참 예쁘고 참 좋은 사람 이예요“ 했더니 땀이 송글 송글한 얼굴로 ”엄~청 좋은 사람이죠“ 하는 대답에 반짝반짝 눈이 빛나더라구요. 그 한마디에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저마저도 행복해지던 순간입니다. 제가 바로! 그 좋은 사람의 지인입니다.
오늘 미사에서 ‘바바스 패밀리’에 글 올리라는 신부님의 은근(?)한 압력도 오늘의 감사입니다. 덕분에 오늘의 감동을 정리해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나저나 벌써 저녁입니다. 시간이 가는 게 참 아깝습니다.
첫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주 들어오세요. 저 혼자 벅차답니다...
정성 가득한 묵상 밥상에 신부님의 압력? 덕분에 샐러드가 올라온 느낌이랄까요~ 신선합니다
감사!!!! 감사의 마음이 가득한 우리자모회장님! 언제나 뒷쪽에서 대기하고있을께요. 멋져요.
착하고 선한 사람에게는 모두가 다 착하고 선하게 보이는 법입니다
우리 본당에는 묵묵히 열심히 봉사하시는 형제,자매님들이 많아 자랑스럽고
가슴이 뭉쿨한 감동을 받습니다
사진작업이 쉽지 않는데 안나자매님 수고 덕분에 우리 아이들의 집중도가
많이 좋아졌어요. 정말 이쁜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