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이루는 벚꽃의 흰 꽃망울들이 꽃샘 추위에 머뭇 주춤거리며 꽃문을 더러는 활짝 열지 못하고 있다.
덜 마른 강냉이가 뻥튀기 기게속에서 뒹굴다 나온 모양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모처럼 나온 봄 나들이에 '이만 한게 어디야,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도 파랗고, 그 파란 하늘로 순결하게 흔드는 하아얀 벚꽃 가지를 올려다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달 뜨는 월출산이 웅장한 기개로 서서 내려다 보이는 하정웅 미술관을 지나 왕인 박사 유적지 쪽으로 걷다보니 수양 매화와 목련이 보였다.
온 몸을 뜨거운 절정에 내어주고 이제는 푸른 품을 꿈구는가.
한때' 내사랑 목련화라'며 자태만큼 고고한 음성으로 불렀을 그 이름.
누군가의 청으로 수미가 곡조를 읊었다.
오~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 이로다 오~내사랑 목련화야
천인천자문이 새겨진 석조 조형물 앞에 섰는데 천자문을 공부했음에도 아는 글자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
부끄러운 생각에 얼른 자리를 떠났다.
다시 벚꽃의 향연이 넘실대는 길을 따라 내려와 군밤과 옥수수, 그리고 아! 추억솟의 그 맛, 설탕이 솔솔 뿌려진
홧도그를 한 입씩 베어물었다.
누군가는 한입씩 먹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했다.
아마도 옛 추억이 그 한입속에서 우주만큼 부풀었으리라.
고즈넉하고 품격있어 보이는 구림 마을을 산책하고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찰밥과 갓김치 ,김 ,김치와 미나리 초장,커피와 구기자 차까지 .그리고 아침을 못먹고 나온 일행들을 위해 간식으로 챙겨온 앙증맞은 기정떡과 계란.
임금님 밥상이 안부럽다.
든든한 하하씨들 역시 기대이상이다.
점심을 먹고 교수님과 몇몇은 광주로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일행은 강진에있는 무위사와 백운동 원림을 둘러 보기로 했다.
해남이 친정인지라 이 길을 수없이 오갔는데, 등잔밑이 어둡다했나, 무심히 지나쳤던 곳이다.
무위사에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무관심과 무지함에 또 머리가 숙여진다.
극락전과 그 내부의 벽화, 아미타여래삼존벽화가 각각 국보로 지정되었다 한다.
그리고 호남의 3대 정원(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 정원 강진 백운동 정원)의 하나로 불리우는 백운동 원림.
다산 정약용 선생이 300여년전에 다녀갔던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라 한다.
초입에 들어서면서 바라본 경치가 소쇄원과 많이 닮아 있었다.
백운동 12경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는데 어디서 부터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마음이 차분하지 못하고 어수선했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모란꽃 나무가 여러그루 보이는데 아직 이른 봄이어서 꽃은 볼 수가 없었다.
담 벼락 한쪽 모퉁이에서 유난히 붉은 입술로 나를 부르는 꽃에 눈길이 갔다.
무슨 이름을 가졌는지 팻말이 없다.
궁금증를 남겨두고 나오는데 유상곡수라는 팻말이 보였다.
아홉굽이 작은 물길을 따라 술잔을 띄워 보내며,시를 짓고 시를 읊으며 격조있는 풍류를 즐겼을 선조들을 잠깐 부러워하며 정선대에 올랐다.
백운동 정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12경 모두를 한 땀 한 땀 새기듯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하는 아쉬움이 컸다.
소녀인양 서로 착각하며 갖은 포즈로 녹차밭을 배경으로 몇장의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의 시작으로 `꽃피는 봄이오면`의 노랫가락에 맞춰 잠깐의 흥이 돋우어졌다.
마치 현대판 서편제를 보는것 같다.
마음의 미세 먼지가 봄 바람에 씻기운듯이 날아가고 맑은 공기 한가득 얻어 마신 날이다.
(담주 목욜에 올릴 차례인데 미리 올렸습니다 글감 느낌이 엷어질까하여서.)
첫댓글 사진으로만 벚꽃의 풍경을 보다,한발짝씩 넓혀간 많은 공간들에 그처럼 깊고 풍부한 봄맞이 여행들의 흥이 스며 있었네요.같이 보고 듣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봄의 소리 왈츠가 내게도 넘실댑니다.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날아 언니의 풍성한 감성이 하하씨들을 품고있어 새록새록 잎이 돋아납니다^
조목조목 둘러보는 세심함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친절한 해설사와 함께 천천히 둘러본듯 하네요~^^
소언씨도 함께 하였더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을것을요 기회를 만들어 봅시다 ㅎ
맞아요.봄과 어우러진 각 공간의 멋진 해설사입니다.눈에 선하게 다가와요.그리고 글당번 앞질러 올려주셔서 1000점 입니다.하하님들 여건 될때 아무 때나 올리세요.
글을 따라 다시 한번 더 다녀온 듯합니다^^
지난해는 넘쳤고 올해는 살짝 부족하여 아쉽게 만든걸보니 아마도 안성맞춤일 내년을 또 기약하게 만드나봅니다.
걷는곳마다 벚꽃이 반기고 하하씨들 얼굴도 벚꽃 닮아 화사하게 피어나고 즐거운 봄나들이였어요.
산행 계획에 마무리 후기까지 산행리더로서 손색이 없네요~~
고마워요^^
아직은 홍안의 벚꽃이 가슴 절절 부러운 여행이었어요.봄볕 따사로운 구림마을 길, 어렸을 적 시골 추억 되새기며 행복했습니다. 하하산행 위원장님 기행문 따라 못가본 백운동서원 엿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하산행위원 여러분들의 수고로 호강한 하루였습니다.감사합니다.
2018년 빗길을 달리며 보았던 벚꽃과 다른 느낌으로 올해의 벚꽃여행은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젊고 싱싱한 하하님들과의 동행,알차게 보냈던 시간들 ,다시 글로써 보게되니 그날이 되새겨집니다.댓글늦었지만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