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정시보다 약간 늦게 출발할 것이다
해마다 봄 밤은
짙은 안개를
거느린 날이 있다
구슬픈 항구의 안개는 봄 비로 변한다, 아, 아, 봄 비
심장이 떨리는 밤에도
멀리 역전에서 기적이 울었고
군을 갓 떠난 26세 젊은이는
가벼운 짐 두 개를 챙기고 있었다
당장 필요한 의복 가지며
일상 도구를 담은
구질구질한
매일 만나는 일상들 하나
밥을 먹게 해줄
낡은 카메라가 들어 있는
검정 케이스가 들어 있는 낡은 가방 하나
어둠 속에서 비는
억수로 쏟아지지 않았다
얇은 봄 비가 밤이면
수없이 걸었던
가로수 길을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낡은 밤색 군용 잠바 상의를 걸친 젊은이는
아무도 배웅 나오지 않은
휑한 목포 역사를
다시, 돌아다 보았다
친구들이 애인이라고 놀리던
그 여자애를 기다리는 것은 더구나 아니었다
눈물을 닦을
유난히 두툼한
오른 편 손등은 눈가로
올라가지 않았다
짐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는 내일 아침이면, 서울 역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할 것이다
무사히
첫댓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한 겨울에 봄비를 당겨 맞은 기분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무도 배웅 나오지 않은 휑한 목포 역사"를 뒤로하고 서울로 향하는 그 청년은,
지금쯤 그 낡은 카메라로 어떤 세상을 찍으며 살고 있을까요?
아니면 세상을 아름답게 글로 그리고 있을까요?
지금도 그 검정 사진기를 들고 다니죠.
요즘은 경기도 일대를 하루 6시간 정도씩 매일 걷고 풍광을 사진에 담아 보관하는 일을 취미로 하며 석양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그때 떠난 목포엔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요.
목포를 사랑하여서 아직까지 담아두고 꺼내보시는 시인의 마음이 애틋합니다
애인이라 놀리던 그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도 궁금해지네요.
당시 잘 나가던 목포의 젊은이들이었으니 지금도 잘 나가고 있을 거예요. 나이만 늘었지만. 그동안 안부들이 서로 낯설어져서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