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록 교사자격증을 가진 공식교사는 아니지만 전남의 산골동네 작은학교에서 아이들 만나며 사는 이른바 쌤이다. 우리 학교엔 약 서른 명의 아이들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지만, 쉬는 날이면 교회보다도 더 가고 싶은 곳이 PC방이고 거기가서 신나게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도 있고, 학교 도서실에서 책에 푹 빠진 아이도 있고, 가끔은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아이도 있다.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아쉬운 점이란 자기주도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청소와 정리정돈에 서툴고, 제 물건, 기타 여러 가지 잘 챙겨야 할 것을 잘 간수하지 못하는 점 등이다. 학교에선 이런 기초적인 습관을 잡아주려 갖은 애를 쓰지만 잘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런 노력이 아무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시나브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방황하거나 사고를 친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혼 낼 때도 있지만 되도록 큰소리로 야단치지 않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다 보면, 한동안은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생활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더러 이 녀석들에게 제 부모님들 고생하시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녀석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들이 좋다. 이 아이들을 나는 너무나 사랑할 수밖에 없다. 비록 아이들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주진 못하지만, 아이들과 내가 정으로 서로 교류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래도 쌤 노릇 하는 기쁨을 느낀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가 신나게 공을 차고 놀다 배고프면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입가에 잔뜩 숯검댕이 묻은 아이들을 바라보면 참 흐뭇하고 행복하다. 이것이 쌤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농사를 짓거나, 작은 가게를 하면서 말 그대로 ‘그럭저럭’ 사시는데 주머니사정이 어려울 때면 힘겨운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진학을 하고 대학생이 되서(혹은 어엿한 성인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용돈도 하고 등록금에 보태기도 하고 부모님 어려운 형편 돕겠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할 것이다. 이 아이들이 지금 당면한 많은 고민들과 어려움 속에 살면서도 그 나이의 고유한 선함과 싱그러움, 그리고 스무 살 이후에 만날 세상에 대한 동경만큼은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 왜냐하면, 나는 불과 10년 전에는 저 자리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었는데, 그때보다 지금 저 아이들의 삶의 조건이 훨씬 더 가혹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공부를 해도, 결국 저 아이들 대부분은 ‘80만원 최저생계비’의 전사,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결국 제 선함을 희생하고, 제 영혼을 팔아야 할 것이다. 이미 이 세상이 누군가를 짓밟지 않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도록 만들어져버렸고, 별로 나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최전선에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공이 세계평화유지 혹은 테러에 대한 정의를 사수하는 성스러운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두 여린 여중생들이 미군의 탱크에 처참히 밟혀 으깨져서 죽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분노마저도 잃어버린 사회 속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즐겁고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고자 노력 하는 건 전적으로 이 아이들과의 정 때문이고,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에서 저 아이들을 살게 하고픈 소망 때문일 것이다.
2007년 최대 이슈인 대선과 관련하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난 10월9일 교육정책비전이라는 교육 공약의 큰 밑그림을 펼쳐 보였다. 아무 근거없이 대선후보를 비판해선 안되지만 다른 것도 아닌 교육 정책만큼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겨레신문에 난 기사를 세세히 읽어보고 ‘아~이럴수가’ 하며 또 다시 읽었다. 그가 만약 당선이 된다면, 내가 이 작은 학교에서 누리고 있는 이만큼의 평화도 사라질 게 분명해 보였다. 지금껏 우리 공교육은 쉼 없이 팔이 비틀리고 다리가 분질러져왔지만, 이제는 아예 숨통이 끊어질 차례가 된 것 같다. 이명박 후보가 발표한 교육정책비전 이전에 벌써 아이들의 삶은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워졌고, 그들이 감당해야 할 학습노동량과 빼앗긴 자유의 크기는 10년 전, 20년 전보다 끔찍하리만치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처지에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비전이 현실화됐을 때, 어떻게 될까? 이건 평균 이상의 상상력이 요구되는 문제일 터이다. 모르긴 해도 교육 현장은 전쟁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 5대 프로젝트(대입자율화, 특성화 고교 300개 신설, 영어 공교육 완성,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화, 좋은 학교 만들기)를 읽어가다 ‘영어 교육’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쓴웃음이 나왔다. 과학적 언어, 예술적 언어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리 한글을 기념한 한글날(10월 9일) 한국의 학교들을 영어학원으로 바꿔놓겠다는 발표를 한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한글날 그런 정책을 발표한 걸 보면 이명박 후보는 정말 아무런 개념이 없다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사 3천 대군을 양성해서 이제는 국어가 되었던 역사가 되었던 사회, 도덕, 윤리 할 것 없이 영어로 시켜보겠다는데, 안타깝지만 이 말 한마디에 영어 조기 유학을 포기할 부모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되려 그 영어수업 따라가기 위해 더더욱 사교육비 부담을 늘려 어지간한 경제력을 가진 가정은 학교도 포기해야할 판이다. 비록 나는 무자격 영어쌤이지만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한국에서 살면서 2개국 화자(Bilingual)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잘 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삶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2개국 화자를 만드는 법인데 삶과 유리된 학교에서 그것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
이명박 후보는 전체 고등학교의 20%에 가까운 300개 고등학교를 기숙형 공립고, 자율형 사립고, 마이스터 고교 따위로 재편하겠다 한다. ‘20 대 80’ 이론에 맞추려고 숫자까지 계산을 한 모양이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수가 부족해서 거기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니 아예 왕창 짓고 보자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고3병’, ‘중3병’ 이 후로 ‘초6병’ 이 새로 생길 것이고,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내내 시험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이 미친 시험 열풍에 맞서 아이들이 죽음으로 저항할 것이 두렵다. 그것이 이명박 교육정책 시나리오의 절정이고 극단적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학교라면 더 이상의 공교육은 없다라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학 입시를 대학에 맡기면, 상위권 대학에서 내신이 홀대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신 1등급과 수능 1등급과 본고사는 각각 측정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의 준거가 다르다. 내신 1등급을 받기 위해 본고사 수준의 지적·논리적 직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높은 내신 등급을 위해 3년 내내 기울여야 할 성실성과 꾸준한 정리, 흐트러짐 없는 자기관리는 그 자체로 고등 학문 탐구에 매우 긴요한 지적 자질이다. 내신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수능이나 논술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대학 성적이 우수하다는 보고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내신을 이토록 홀대하는 것은 단 하나, 산골 오지, 섬마을, 촌놈들, 가난한 집 애들도 좋은 등급을 받는 것이니, 그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고교 평준화는 지역별로 콕콕 박혀 있는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그리고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의 내신 홀대와 비강남, 비특목고 차별로 인해 거의 해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이명박 후보의 이번 발표는 아예 그 거추장스런 속곳마저 벗어던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에는 기초학력 진단고사라는 일제고사를 치러서 ‘지진아’를 솎아내겠다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학교별 성적을 낱낱이 공개해서 일렬로 줄을 세운다. 그래서 국민들의 ‘알 권리’도 충족해주고, 덩달아 집값과 땅값도 조절해주고, 주거지의 등급도 확실하게 매겨주고, 학교끼리 전쟁을 치르게 한다. 이만하면 공교육이라는 이름 대신 ‘정글의 교육’이라는 이름을 쓰는 게 맞다. 이명박같은 사람에겐 공교육의 기치는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는 게 맞다. 이것이 이명박식 교육 스타일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명박은 사업가이이고 사업가는 이윤에 철저한 사람이어야만 살아가기에 이롭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온갖 비리를 통해서 부를 쌓고도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기도 드리고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공화국으로서 가장 핵심이 되는 헌법조항 따위는 시궁창에 썩어가는 생선 내장처럼 역겹고 혐오스럽기에 이 대한민국을 주님의 품 안에 갖다 바친다는 이야기를 성스럽고 또 성스러운, 영광스러운 교회 예배시간에 서슴치 않고 말 할 수 있는것 아닌가?
어이없게도 그런 이명박이란 사람이 이른 바 대세론을 등에 업고 한참 단 맛에 빠져 지낸다. 무수히 많은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고, 비윤리적, 비도덕적, 비인간적인 그가 차기 대한민국의 대세라 하기에 내 어린 오장육부, 억장이 분노로 무너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그의 지지율은 외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이명박 후보는 아니야’ 하면서 내세울 논리란게 이명박에 미쳐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이나 범국민적 여론을 불러일으키기엔 미약하니 안타깝고 답답할 노릇이다. 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알리는 것이다.
많은 이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저지하고 싶다. 그리고 저지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꼭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우리 교육 현장에는 강남과 특목고와 거기에 갈 만한 아이들과 그들의 학부모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 아이들이건, 특목고 아이들이건, 조기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이건, 그들은 세계화 시대에 전사로 살아갈 ‘인적 자원’이기 이전에 우선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인격체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정화하는 연꽃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이들을 따뜻한 온기로 안아주고 아파하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교육, 그런 쌤들을 더 절실히 원한다. 아이들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지금 당장 놀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삶의 의미 앞에서 방황하는 바로 그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이곳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까지 이명박 후보가 집권했을 때 펼칠 교육 정책으로 인해 맞이 하게 될 삶이란 어떤 것일지........... 이래도 분노하지 않은 것인가??
머릿발이 새벽서릿발을 맞은듯 합니다. 본시 사대의 전형은 자기의 근본을 천하게 여기고 쎈놈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고작 서말 닷되밖에 안되는 제 뱃속을 체워보자고 덤벼드는 소인들의 아전맘보에서 나오는것입니다. 그 만큼 이 나라가 자기근본을 잃고 뿌리째 말라죽어가는것이지요 진짜 보수는 이미 공동묘지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진보입네. 보수입네 하는자체가 웃음거리인것이지요 조선이 일제식민지로 농락당할때도 이완용같은 무리들은 사직과 백성을 팔아 배를 불렸듯이 작금의 있는것들은 손톱밑에 가시는 알아도 제 간뗑이가 썩는줄은 모릅니다. 이 나라 민중이 스스로 이명박 경제 아편에 취해서 나홀로 환상을 헤매고 있소!
첫댓글 ^^
^^
머릿발이 새벽서릿발을 맞은듯 합니다. 본시 사대의 전형은 자기의 근본을 천하게 여기고 쎈놈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고작 서말 닷되밖에 안되는 제 뱃속을 체워보자고 덤벼드는 소인들의 아전맘보에서 나오는것입니다. 그 만큼 이 나라가 자기근본을 잃고 뿌리째 말라죽어가는것이지요 진짜 보수는 이미 공동묘지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진보입네. 보수입네 하는자체가 웃음거리인것이지요 조선이 일제식민지로 농락당할때도 이완용같은 무리들은 사직과 백성을 팔아 배를 불렸듯이 작금의 있는것들은 손톱밑에 가시는 알아도 제 간뗑이가 썩는줄은 모릅니다. 이 나라 민중이 스스로 이명박 경제 아편에 취해서 나홀로 환상을 헤매고 있소!
한쌤 잘 읽었어요! 더 가열차게! 힘차게!
나도 분노 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만큼 아이들 삶터를 해치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 논리를 비판하는 마음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