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반기업법을 다시 추진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극에 달했다. 특히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전보다 기업을 더 옥죄는 내용을 포함하고 즉시 시행하는 방침까지 포함돼 재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5일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 재발의를 공식화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등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법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에서 ‘대통령이 공포한 즉시’로 앞당겼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설마 했는데 정말 오고 말았다”며 “유예기간도 없이 준비도 못하게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은 기업을 옥죄기 위해 그동안 기회를 봤다는 자기고백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사업 의사결정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게 현실화 됐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진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신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한국 산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민주당 스스로가 말하고 기업이 잘 살아야 국민이 잘 산다고 했으면서 이 같은 반기업법을 시행하려는 의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난 4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부결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1호 경제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실제 취임 하루 만에 민주당이 더 강력한 안을 들고 나왔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도 재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어 재계에서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쟁의행위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용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 산업현장 혼란과 기업 경영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노사 갈등이 심화해 파업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란봉투법이 현실화되면 원청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고 파업이 늘어날 경우 기업 경영 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재계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이 동시에 추진되면 기업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은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소송 남발을 부추겨 경영진의 책임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지배구조 개편 압력과 M&A 비용 증가 등이 예상된다”며 “차등의결권 등 보완 입법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부터 대화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여당으로서도 부담이 큰데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것을 보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의도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와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국내 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