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순 동시집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 150 * 205 mm 120쪽
일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동심의 세계로
이재순 시인의 여덟 번째 동시집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은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재치 있는 발상과 다양한 소재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연이 그린 그림책’, ‘모퉁이 마음’, ‘나비의 몸무게는 얼마나 될까’, ‘가을은 햇살도 바쁘다’ 4부로 나누어 감정의 울림을 전하는 동시집이다. 최유정 작가의 감성적인 그림을 더해 동시의 생동감을 살렸다. 이재순 시인은 한국 동시단이 주목하는 시인으로 여섯 번째 동시집 『발을 잃어버린 신』으로 박화목아동문학상(2022), 『나비 도서관』으로 김영일아동문학상(2023)을 받았으며, 일곱 번째 동시집 『마음 문 열기』로 방정환문학상(2023)과 금복문화상(2023)을 연이어 수상하며 그 저력을 증명하였다. 해설을 쓴 하청호 시인은 이재순 시인의 시를 즐거운 상상을 끌어내는 동시라 말한다. 이번 동시집에서는 특히나 설화, 신화적 요소를 접목해 광활한 심상을 펼쳐 보인다. 소재의 외연을 확대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 것이다.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내밀한 속성에 집중하며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일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동심의 세계를 펼쳐 볼 시간이다. |
| 육현숙 시집 여자가 슬플 때 엄마를 찾는다 128 * 196 * 20 mm 144쪽
이번 육현숙의 시집 『여자는 슬플 때 엄마를 찾는다』 속에는, 시편마다 슬픈 그림자와 서정의 풍경들이 빼곡하다. 특히, 그녀의 「여자는 슬플 때 엄마를 찾는다」는, 모녀간의 육친의 정이 행간에 흠뻑 젖어 있다. 병든 어미가 내준 “반지 귀걸이 팔찌”를 팔 수밖에 없는 현실이 먹먹하다. 딸은 가장 힘들 때 친정엄마 생각이 간절하다고 한다.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쇠잔한 어미의 모습에서, 그녀는 자신의 노년을 떠올렸으리라. 머지않아 어미는 “병원 창 너머 봄 하늘”에 “꽃씨”를 심으러 떠날 것이다. 고향 뒷산의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승에 새끼들을 남겨 둔 채, 지아비를 만나러 하늘로 들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녀가 추구한 큰 흐름은 대개, 고향과 부모님, 동생의 죽음,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 등으로 요약된다. 타향에 시집와 남모를 외로움을 낙동강에 흘려 보내기도 하고, 사물에 감정을 이입해 동일성의 시학을 꿈꾸기도 한다. 어떤 시는 울음의 방식으로, 어떤 시는 질문의 방식으로, 어떤 시는 고백의 서정이 된다. 어린 날의 추억, 숲과 나무와 섬과 바다의 이야기도 배경의 이미지가 된다. 한편 「인생 열차」는, “늦가을” “노을”이 된 반백의 부군夫君에게 전하는 사랑의 노래다. 젊은 날 “풍성하고 빳빳했던 머리카락”은 간곳없고, 벌써 “찬 서리 내”린 노년은 서럽기만 하다. 시 「노을 수첩」은, 달성습지의 풍경을 기막힌 은유의 시법으로 버무렸다. 특히, 그녀의 작품 중에서 「지하철에서 잠든 홍게」는 수작이다. 지하철 좌석에 기대 잠든 행상 할머니에 대한 연민의 정은 아릿하다. 그녀의 시를 읊조리면 따스한 이웃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장소가 떠오르고, 그곳의 향기가 번져 온다. 어쩌면, 시는 장소와 시간을 지우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잊어버리고 싶은 번뇌와 욕망을 시는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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