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설운도)
설운도 가수
‘구름’을 발음할 때면 입안에 무언가 한가득 무는 듯한 느낌이다. 가득 담아두고 싶은 그건 욕망일까, 욕심일까.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고 흘러오는 건 언제 올지 모르는 운(運) 같다. 구름의 한자어도 운(雲)이다.
천상운집(千祥雲集), 천 가지 상서로운 일이 구름처럼 밀려온다는 이 글귀를 나는 참 좋아한다. 내 이름에도 구름(운)이 들어 있어서일까. 누구도 이런 대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운명론에 빠져 점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채우려고 애를 써도 늘 목마르다.
복이란 누구에게나 일생에 3번 찾아온다고 한다. 나 몰래 복이 와서 덕 본 줄은 모르고, ‘내 능력으로 잘됐다’가 다반사다. 정말 그럴까. 흔히들 잘된 사람을 일컬어 ‘복 받았다’고 얘기한다. 그냥 생겨난 말일까. 천만에. 진짜 복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며, 공생하는 관계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복‘이란 친구는 여러 곳에 머물러 있다 소리 없이 찾아온다. 예쁜 인연으로 찾아오고, 귀인이 되어 오기도 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오고, 넘치는 사랑에도 온다. 나눔에도, 베풂에도, 별빛을 타고도 오고, 바람을 타고도 온다. 사랑과 행복이 머무는 곳에서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흔한 곳에 있지만, 아무에게나 가지도 않는다. 누군가 이 복을 받았다면 참으로 복 받을 짓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위고하도 가리지 않는다. 복이란 복 짓는 사람에게만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힘든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은 절대 놓지 말자. 시작 뒤엔 반드시 끝이 있기에 혹독한 바이러스도 우리 곁에 머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더욱 성숙해지고, 나보다 힘든 이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고, 그 어려움을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속에 복의 씨앗이 싹튼다. 복이란 복을 짓는 자의 몫. 천 가지 좋은 운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천상운집’의 주인공은 당신과 나, 우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