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신고 2년새 배로 증가 … 처벌 ‘솜방망이’
데이트폭력 신고와 상담 건수가 2년 새 급증했으나 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한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5일 피해자를 5개월간 11차례에 걸쳐 폭행,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남성 A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11월 피해자의 얼굴을 때린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었던 가수 ‘아이언’ 역시 1심에서 선고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9364건이었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 8천671건으로 2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데이트폭력 범죄로 지난해 입건된 가해자만 1만245명, 2017년 1만 303명으로 2년 연속 1만 명을 넘었다.
여성 긴급전화 1366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상담 건수는 서울이 가장 많았다. 2016년 1천49건에서 2018년 1천804건으로 755건 늘었다. 제주와 경기 북부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2년 사이 상담 건수가 3배 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강원은 2년 동안 200건대를 유지하다 2018년 470건을 기록하며 배 이상 상담이 늘었다. 전북은 2017년 89건을 제외하고는 2016년, 2018년 모두 200건 이상이었다. 대전은 꾸준히 약 200건씩 상담 건수가 불었다.
신고 및 상담 건수의 증가는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미투’ 운동(#MeToo)을 통한 여성들의 고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 피해 상담 100건 중 28건에서 '미투' 운동이 직접적으로 언급됐다"며 "미투 운동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거나 피해 경험이 상기되어 말하기를 결심했다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도와주세요” 데이트폭력 국민청원 쏟아지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1년 기준으로 328건의 ‘데이트폭력’ 관련 청원이 검색된다. 이는 98건이 검색되었던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3배가량 오른 수치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너뿐만 아니라, 너의 친구들까지도 모조리 찾아 죽이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월 발생한 서울 관악구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피해자 남동생 B 씨가 올린 청원이다. B 씨는 “만약 살인마가 사회로 나올 경우 보복을 할까 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불안하고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트폭력과 살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무관용의 원칙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누나의 억울함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시행까지 ‘D-280’(3월 20일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은 ‘가정폭력범죄특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긴급임시조치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조치 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데 사실상 데이트폭력을 규율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아 범죄 억지력이 없다.
이에 최초의 데이트폭력과 디지털성폭력, 사용자로부터의 불이익 등 2차 피해까지 포함한 여성폭력 전반을 규율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오는 12월 25일 시행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국가가 책임지게 된다. 새 법 집행으로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범죄가 줄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원은지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