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생활 패턴 벗어난 음력 지양 양력, 주말 법회로 동참 유도해야
애인<愛人>, 애족<愛族>, 애민<愛民>이 바로 신심 믿고 실천하면 부처 될 수 있어
상호 소통방식의 토크법회로 진행된 지난 7일 정각원 토요법회. 왼쪽은 정각원장 법타스님, 오른쪽은 동국대 감사 제정스님. 신재호 기자 |
동국대 정각원(원장 법타스님)이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실시하고 있는 토요정기법회가 동참 대중이 상호 소통하는 방식의 법회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7일 토요법회 여섯 돌 기념법회부터 법사와 대중이 소통하는 토크 방식의 법회를 선보이고 있다. 첫 토크법회는 정각원장 법타스님이 동국대 감사 제정스님(전 교법사)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타스님과 제정스님이 나눈 대화를 요약 정리했다. 무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에 열린 이날 법회는 인기가수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들으면서 시작됐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을 흘러가리 /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법타스님 = 클래식만 훌륭하고 좋은 노래가 아닙니다. 방금 들은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처럼 대중가요에도 우리들의 감흥이 담겨 있습니다. 가을을 맞아 이 노래를 들으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우리들의 인생도 이러한 것입니다. 정각원 토요법회를 시작한지 여섯 돌을 맞으면서 오늘 자리를 같이한 제정스님은 저와 함께 4년간 고생도 많았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제정스님 = 감사합니다. 다른 사찰에서는 음력을 기준으로 법회를 열거나 일요일에 법회를 합니다. 하지만 토요법회를 하는 곳은 드뭅니다. 법타스님이 정각원장으로 오신 후 주7일에 맞춰 생활하는 현대인을 위해 토요법회를 개설해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법타스님 = 어떤 모임이든지 양과 질이 문제입니다. 한국불교는 어느덧 2000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반성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불교가 왜 이 모양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실제로 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신도 수만 많지 모래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교육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포교 부재의 상황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생활에서 음력을 사용하지 않은지 13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음력을 기준으로 법회와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분들은 음력 초하루에 절에 오기 어렵습니다. 음력 법회에 참석하는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음력을 기준으로 한 시대는 갔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억불 500년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러 겨우 한국불교가 용트림을 하고 있는데, 빨리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가 모교인 동국대로 돌아와 정각원장 소임을 맡고 보니, 이것(음력 행사)부터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0년간 출가수행자로 살면서 느낀 소신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각원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인 4월 초파일만 음력으로 하고, 다른 행사와 법회는 양력(요일)에 맞춰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요법회를 중심으로 많은 신도들이 동참해줘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토요일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일요일에도 법회를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불교의 교리는 수승(殊勝)합니다. 양적으로만 보아도 팔만대장경은 기독교의 성경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교리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자들이 아는 것은 겨우 〈반야심경〉과 〈천수경〉 정도입니다. 불교는 생활하고 직결돼야 합니다. 교리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소셜애니멀(social animal)’, 즉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제정스님 = 농경사회에서는 쉬는 날이 따로 없었습니다.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비가 안 오는 날은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초하루와 보름 등에 법회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7일을 중심으로 살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 법회에 열고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동국대는 엄청난 인적 재원 갖고 있음에도 불교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각원장으로 그동안의 경험과 앞으로의 비전을 이야기 해 주십시오.
법타스님 = 정각원은 1년 전에 미리 법사(강사) 섭외를 완료합니다. 그리고 시기에 맞춰 적절한 분이 있으면 법사로 모십니다. 총무원 총무부장과 본사주지를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정각원장 소임을 보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안 해본 게 없습니다.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갔던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습니다. 삭발하고 출가할 때의 마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시간을 줄 테니 네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죽자 사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문턱은 있지만 문턱이 없는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의 스승 일타스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경율론 삼장을 회통한 어른이지만, 그분은 만날수록 정이 들었습니다. 다정다감하고 늘 미소를 지으며 대중을 대했던 스승입니다. 흐르는 물처럼 남산의 나무처럼 자연스러워야 도(道)입니다.
동국대는 조계종의 유일한 종합대학입니다. 2만 명의 동국인과 동악(서울)캠퍼스에 불심을 심어주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동국인들이 불심(佛心)을 바탕으로 상부상조하고,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작은 공동체라도 극락 같은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정각원 대중과 동문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보시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한 노스님은 당신이 평생 모은 재산 6억여 원을 동국대를 위해 기부했습니다. 동국대와 아무 관계없는 스님이지만 불교계에서 세운 대학이기에 보시한 것입니다. 운동장을 매입하는 등 김희옥 총장도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구성원들이 마음만 잘 내면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제정스님 = 종립대학인 동국대 구성원들은 신심이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 마음, 즉 불심(佛心)이 있어야 학교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정각원장 법타스님은 ‘1호 스님’입니다. 평화통일을 위해 북에 다녀와 옥고도 치렀습니다. 또 독도 주민이기도 합니다. 은해사 주지를 하면서 수목장(樹木葬)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법타스님 = 절이 덩치만 커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비구는 걸사(乞士)입니다. 지금의 한국 불교는 기와집만 멀쩡하지 사람들의 마음은 곤궁합니다. 정각원 신도로, 동국가족으로 얼마나 정성을 보탰는지 양심적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신도들의 십시일반으로 절이 운영되고 불사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유수의 사찰들이 1억 원이상 소요되는 불사를 자체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선조들과 위대한 큰스님들이 남겨준 문화재 덕분에 운영되는 사찰이 적지 않습니다. 보수하고 유지하기 바쁘니 포교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은해사 주지를 하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내린 결론이 수목장입니다. 지금은 국가에서 관련 법령이 개정 되었고, 수목장은 성공을 했습니다.
일본에서 줄기차게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말이 안 되는 소립니다.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입니다. 그래서 2009년 주소를 독도로 옮겼습니다. 3.1절과 8.15가 있지만 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그렇게 했습니다. 한글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영어의 날과 한문의 날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우리의 국토는 불교가 지켜야 합니다. 단군할아버지를 존중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데, 잘못입니다. 나의 자손이 영원히 번영하고 불교가 꽃을 피워야 할 이 땅을 지키는 것도 우리 불자들의 사명입니다.
제정스님 = 법타스님의 훌륭한 아이디어로, 은해사와 정각원이 바뀌고 발전했습니다. 지금 법회를 보고 있는 이 법당은 조선 시대 궁궐에 있던 건물로 일제강점기에 옮겨진 것입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법타스님은 서울시와 중구청이 유지 보수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주인 의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토요법회를 운영하고 합창단을 만든 것도 스님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른 것입니다.
법타스님 = 앞서 패티김의 노래도 들었지만 음악은 좋고 중요한 것입니다. 동국대에 음대가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염불 자체가 음악 아닙니까. 또한 1천년 이상 계속되어온 범패도 음악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정스님 = 팔만대장경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양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분량입니다. 스님께서 평소에 마음에 새겨두는 구절이 있으면 불자들에게 전해주기 바랍니다.
법타스님 = 불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심(信心)입니다. 정각원 법당에 걸려 있는 주련(柱聯)은 〈화엄경〉 제29권 현수품(賢首品) 내용으로 신심에 관한 것입니다. 함께 낭송하겠습니다. “신심은 도의 근본 공덕의 어머니, 일체 선한 법을 길러내며, 의심의 그물을 끊고 애정 벗어나, 열반의 위 없는 도 열어 보이네, 신심은 때가 없어 마음이 깨끗하고, 교만을 제거하는 공경의 근본, 법장(法藏)은 제일가는 보물, 청정한 손이 되어 모든 행 받네”
신심은 부처님 사랑입니다. 동국인은 동국사랑입니다. 가정은 가족 사랑입니다. 아내를, 남편을,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또 이렇게 법회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이끌어 주는 국가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인(愛人), 애족(愛族), 애민(愛民)이 신심입니다. 신심이 없는 사람은 돌입니다. 신심은 희망이자 비전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신심은 다른 종교의 신심과는 다릅니다. 믿음이란 결정적으로 그렇다는 것을 믿는다는 말입니다. 이치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믿으며, 닦아서 깨달았을 때 무궁무진한 공덕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실천하면 부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5천 년 전에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 것을 모르고, 지구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고 생각하던 시절의 믿음과는 다릅니다.
제정스님 = 신심이 있어야 불자입니다. 불(佛)을 보면 사람 인(人)변에 불(弗)이 있습니다. 불은 달러($)와 같은 표현입니다. 즉 불교를 신행하면 몸과 마음이 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주옥같은 말씀을 해준 정각원장 스님께 감사드리면서 법회를 마치겠습니다.
첫댓글 주말법회는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우리말로 번역한 불경이 우리들 눈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것처럼 말이예요
습관을 돌리기 너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