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더 시리다. 노인으로 사는 세월은 모든게 다 느리다 싶으면서도, 그래선가 시간은 더 빠르게 간다. 받아들이고 적응하는게 쉽지가 않다.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것도, 얼굴을 익히는것도 어렵고 더디다. 그냥 스처 지나가게 놔둬? 그렇지 않아도 그럴수밖에 없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면 어느세 지나가고 마는 것을. 봄도 그렇다. 꽃비가 내리듯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연분홍에서 희디힌 꽃에, 노랑까지,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수도 없는 장광이 연출되고 있잖는가. 그럼에도 감동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냥 그러나보다 싶은게다. 봄이니까, 봄은 원래 꽃이 피고지는 계절이니까, 봄이 그렇지뭐,,,등등. 머리속이 분주할 정도로 생각이 많다. 그런대도 감동이 없다. 마른 나무에서는 잎이 돋지 않아선가 보다. 마른나무, 이미 삭쟁이가 되어버린 바짝 말라버린 나무가 어찌 싹을 틔울수 있겠는가. 내가 그렇다. 내 마음이 그렇다. 감동이 밀려오고, 감사가 넘치고, 이런 당연함이 없게된게 그냥 나이 탓일까. 그렇지는 않는지도 모른다. 안그런 노인분들도 있으니까. 살아온 세월이 워낙 강팍했던 탓이라고 변명을 해보면 어떨까. 아니, 누군들 쉽게 쉽게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각자 다른 사연으로 온갓 풍상을 경험하면서 누군 극복하고 누군 좌절을 넘지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사는게 인생아닌가. 사는게 별거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맞는 말일수도 아닐수도 있다. 서로 부디치는 측면이 다를수도 있겠고, 각자의 깜량이 서로 다르니까. 나도 이런 초월자들 처럼 처신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나는, 태풍은 커녕 미풍에도 흔들림을 못견뎌한다. 구르는 재주하나 없이 태어나 사느라고 고생 많았다. ㅎㅎㅎ 노루는 뛰고, 황새는 날아서, 굼뱅이는 굴러서 라고 읊은 시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날지도, 뛰지도, 구르지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그렇다! 뛰고 날고 구르는 삶은 어떨까. 바위는 '그자리에 서서'라고도 했다. 무익한 일에 뛰고 달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헛되고도 헛된 수고 아닌가. ㅎㅎㅎ. 사람으로 태어났다. 한번뿐인 인생이다. 마음껏 분투해보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니까 그렇다. 아무련 성과도 성취도 없는 인생이란게 참 부끄럽고도 민망하다. 사람이어서 그렇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가 녹녹치 않다. 아니, 그냥 사는데도 그렇다. 계획이나 포부 같은것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데도 힘겹다. 잠자리에 누우면 또 하루가 갔다는 안도감에 젖기도 하지만, 내일 또 하루가 있다는게 부담스럽다.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숨을 쉬고, 두발로 걷고, 보고 듣고 먹고 마시면서 사는게 은혜임을 알면서도 온전히 감사하질 못하는 것은 왜일까. 이빨 때문에 신경이 온통 거기 쏠려있다. 충분히 씹질 못하니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몸 전체로 따지면 아주 작은 부분의 불편인데도 끼치는 영향은 작지가 않다. 그런것인가. 다 그런것인가 보다. 아침 일찍부터 쪽파 김치에, 무우생채나물에, 무우나물볶음도 했다.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원래는 치과엘 가려고 했는데 또 미룬다. 동내 문고에나 다녀와야겠다. 아직 멀엇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반납일이 다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책은 다 읽긴 했다. 이렇게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죽는다는 것도 서글푼 일이다. 뭔가 정리정돈이 말끔히 된 상태에서 갔으면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아니, 가는줄 알고나 갔으면 좋겠다. 80년 가까히 살고서도, 가는줄도 모르고 가게되면 그것도 애처로운일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