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알이(우정아)
우정아 포스텍 교수
‘옹알이’란 아기가 말을 하기 전에 내는 소리를 일컫는다. 가만히 하늘만 보고 누워서 응애응애밖에 할 줄 모르던 아기가 어느 순간부터 나름대로 자기 기분을 실어 ‘오’나 ‘아’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그렇게 신통할 수가 없었다. ‘옹알이’란 그런 아기의 첫소리를 따라 만든 말이겠지만, 이응이 네 개나 있는 ‘옹알이’를 종이에 써 놓고 보면, 동그란 얼굴에 작은 두 손을 동그랗게 말아쥐고 꽃잎 같은 입술을 애써 오므렸다 열었다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아기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결혼이 늦었던 탓에, 남들보다 뒤늦게 첫 손주를 품에 안은 우리 엄마는 마치 태어나 처음으로 아기를 보기라도 한 듯 일거수일투족을 신기해했다. 조심스럽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우,’ ‘아아’ 하는 첫 소리에는 “우리 아가는 옹알이마저 고상하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셨다. 안타깝게도 ‘고상한 옹알이’의 시기는 짧았다. 아기는 곧이어 ‘뫄뫄,’ ‘빠빠빠빠’ 같은 입술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꾸에에엑,’ ‘우워어엌’처럼 고대 괴생명체의 울음 같은 이상한 소리를 우렁차게 질러댔다. 그러자 엄마는 “우리 아가는 옹알이마저 당차고 똑부러진다”며 혀를 내둘렀다. 나는 눈과 귀를 다 멀게 한 놀라운 손주 사랑에 혀를 내둘렀다.
그때 옹알대던 아이가 어느덧 자라 어른과 제법 그럴듯한 대화를 나누게 됐을 때, 둘째를 낳았다. 둘째는 처음부터 목소리가 더 컸고, 내가 한 마디 하면 열 마디로 대꾸했다. 아기도 사람인지라 듣는 이가 시큰둥하면 하던 옹알이도 멈추는 법인데, 둘째는 집안에 들어주는 식구가 많아서 그랬는지, 옹알이로 풀어내는 사연이 밤마다 만리장성이었다.
이젠 둘째마저 말을 잘 한다. 말귀를 알아들으니 편하기는 하지만 시시때때 옹알이가 그립다. 보드랍게 귓속으로 파고들던 그 소리는 정말로 아기들이 태어나기 전 천사 나라에서 쓰던 말이었나보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미술사)
첫댓글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 귀엽지요. 그런데 표정을 보면 나름대로 뭔가 표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