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에는 막걸리가 제격이긴 하지만 소주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맥주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가게에서도 "여기 홍탁에 쐬주 주세요~~"
그러는 사람들이 꽤 있다. 홍탁의 뜻을 아직 모르는 어린 중생들....^^
칠팔년 전만 해도 '쐬주!!'하면 주인은 별 신경 쓸 필요 없이 참이슬을 갖다 줬다.
거의 모든 주당들이 진로 '참이슬'을 찾았으니까. 수도권은 그랬다.
'그린'이나 '산'이라는 소주가 있긴 했어도, 소주하면 참이슬이었다.
우리나라 소주 시장의 경쟁은 거의 죽음을 불사하는 전쟁 수준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낮은 도수의 새로운 소주들이 출현했다.
'참이슬 후레쉬', '처음처럼', '제이' 같은 소주들이다.
이슬이의 점유율이 약간 낮아졌다. 약 70% 정도... 나머진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이 소주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주의 가짓수가 늘자 홍어집 주류냉장고 안이 복잡해졌다.
대표적인 것만 세 종류... 덩달아 술 주문 받기도 번거로워졌고...
경쟁은 세상을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게 한다.
소주를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여기 소주 주세요~~~" 한다.
그러면 나는 반드시 되물어야한다. 두 번 걸음 하지 않기 위해서...^^
"무슨 소주로 드릴까요?"
그제야 손님들은 빨간뚜껑 참이슬, 파란뚜껑 참이슬(후레쉬), 처음처럼
셋 중 하나를 결정한다.
어떤 때는 저희들끼리 무슨 소주를 마실 건가를 놓고 실랑이를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친절하게 특정 소주를 지칭해서 주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기 속마음 얼른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그러니 일일이 되물어야하는 주인 입만 피곤해졌다.
게다가 주인은 단골들이 무슨 소주를 마시는 것까지 일일이 기억해 놓아야 한다.
그거 기억 못하고 자꾸 손님들에게 되물으면 대접 못받는 것 같이 생각한다.
술 마신다는 게 원래 불합리한 행복을 즐기자는 것 아닌가?
정말 머리 아파졌다. 남의 돈 벌어먹기가 쉽나...^^
그런데,
최근 들어 소주 시장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슬이의 점유율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처음처럼을 찾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전에 이슬이만 고집하던 사람들이 처음처럼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소줏잔 하나에 참이슬 후레쉬를,
다른 하나에는 처음처럼을 따라 놓고
둘 중 어느 잔이 처음처럼이냐고 물어본다면, 정확히 구분해낼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음주 경력 40년의 나도 그런데 말이지....ㅋㅋㅋ
우리 소주라는 게 결국 같은 주정에 물과 향료를 섞어 만든 거 아닌가.
주당들 보수적 입맛에 소주 회사들이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맛이 비슷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도 처음처럼 나가는 빈도가 늘어난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앉아서 천리를 보는, 눈치 구단 마눌님에게 물었다.
"전에는 이슬이만 찾던 사람들이 요즘 처음처럼을 많이 찾는데 왜 그러지????"
"처음처럼 병목에 효리를 붙여놨잖아..."
"아하앙~~~ 그랬구나... 역시...ㅋㅋㅋ "
하긴 전에 이슬이를 찾는 사람들 중에서도
병에 붙은 상표에 이쁜 처자 그림 있는 것만 고집하는 인간들이 있긴 했다.
자세히 보면 참이슬 후레쉬 상표 안의 만화 인물이
병에 따라 아줌마, 아저씨, 이쁜 처자로 각각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할머니가 따라줘도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 했던가
술 마시는 남자들의 심리가 재미있다.
처음처럼은 흔들어 마셔야 한다고 애교를 부리던 이효리가
병목에서 그 이쁜 눈웃음을 치고 있으니
남자들이 어떻게 그 술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술은 인간을 본능에 다가가게 한다.
남자들에게 있어 원초적 본능은 여자다.
여자를 찾는 남자의 심리는 모성과 사랑을 찾는 어린 아이의 심리다.
삶의 경쟁에 지쳐 고갈된 애정을 술의 힘을 빌어 채우고자하는 것이다.
여성들이시여~~ 술 마신 남편을 안아주시라~~~^^
참이슬 회사 이제 비상 걸렸다 ㅋㅋㅋ
(2011.6.3)
첫댓글 '처음처럼'이라는 제호는 여러분도 한 눈에 알아 보시겠지만
쇠귀 신영복 선생이 쓰신 것입니다.
난 그 글씨체와 그 글을 쓰신 신영복 선생이 좋아서 주로 처음처럼을 마십니다.
절대로 효리 때문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세월따라 느는게 나이이고 술인데...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적당히 마셔야겠지요.
성님은 그래도 많이 드시지는 않찮우^^ 적당히 마시는 술은 인생의 향기를 더 해주죠^^
술을 멀리하는 저로서는 소주시장의 판도가 어찌 변해가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만 <처음처럼>은 일단 그 이름이 한몫하는 게 아닐까요? 모든 것이 사랑으로 통하는 요즈음, 처음처럼 그대를 사랑할테니 그대도 처음처럼 날 사랑해달라는.... 아닌가요?
아~~ 글쎄 작은숲님도 술을 좀 가까이 해보시라니까요.
술 전혀 못하던 여성분들도 나이 들면서 한 두잔 하는 모습이 보기 좋던데요^^
♭♬♪ ~나의 살던 고향은 꽆피는 산꼬~올 ♬♪ ~ 늙어가면서도 맑고 여린 정서를 가진 에코를 나는 좋아한다눈 !!~
일년에 주량이 소주 한병도 채 안되는 내가 처음처럼이 진짜소주인지 참이슬이 맛난소주인지는 내 모르지만 홍탁은
먹을줄 안다눈 .꼭 한번 가야지 가야지.....그려.가야지 ..기둘리게 계시게
히피님 오시기를 손꼽아 기둘릴께요^^
충북에서는 시원과 이슬이 7:3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웬만하면 시원 갖다 주고 좀 까칠하게 생긴 사람 참이슬 갖다주면 거의 두번 걸음 할일 없을 겁니다. 처음처럼 이나 제이 등은 저도 마셔봤는데 시원에다 물탄듯 한 맛이더군요.
지난 번 마셔본 시원소주도 내 입맛에는 다른 소주와 큰 차이가 없습디다. 처음처럼을 롯데에서 인수한 후에 대대적으로 판촉하는 모양인데, 시원소주도 아마 롯데에서 인수했을 거에요^^ 롯데가 대한민국 소주 시장을 아주 싹쓸이할 모양입니다.^^
누가 망하든 언능 망해야지, 음식 주문받는 것도 버거운데 ..별 그지같은 술까지 ㅠㅠ
ㅋㅋㅋ 동병상련이유..
처음처럼이요? 아니요 오래된 연인처럼을 더 좋아하는데요? 농담입니다^^
나중에는 어쩔러나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소주랑 잘 못 사귀었습니다.ㅋ
ㅎㅎ 산책님~~ 연인으로 오래 되길 기대하시는 건 희망사항일 뿐일겁니다. 오래된 친구처럼이라면 모를까^^
소주도 나름 좋은 술이에요. 한번 사귀어보시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