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산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한쪽을 뽑아놓고 돌아서면 흙은 보이지 않고 풀만 보인다.
힘듦과 지루함을 벗어나려고 풀을 뽑으면서 나눈 이야기다.
어르신, 우리가 데모 했어요.
너희들도 데모 하니? 누구누구 모였는데?
나무, 풀, 지렁이, 미생물, 애벌레, 사람만 빼놓고 다 모였어요.
왜 데모를 했는데?
땅속이나 땅위에서 농약 때문에 살수가 없어요. 친환경으로 농사짓고 약을 사용 할 때는 정량만 사용하라는 데모였어요.
그래서?
하루 만에 끝냈어요.
하루에 끝나는 데모도 있나?
우리가 데모를 하지 않아도 인간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판다는 거예요.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데.
그러니까 제 무덤을 스스로 판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농약을 뿌릴 때 1cc만 뿌리라고 적혀 있으면 1cc만 뿌려야하는데 시키는 대로 하면 효과가 없다면서 2~3cc를 뿌려요 농약이 범벅된 농작물을 사람들이 먹고 있어요. 그리고 농작물에 치지 말라는 맹독성 농약은 얼마나 뿌리는데요. 오늘 농약 치고 내일 수확해서 파는 사람도 있어요. 남이야 죽든 말든 돈만 벌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 우리가 데모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언젠가는 사람이 다 죽는다는 말을 듣고 데모를 중단했어요. 원자 폭탄이 떨어 진 땅에 제일 먼저 싹을 띄운 식물이 뭔지 아세요.
쇠뜨기.
지구가 오염되면 땅위에 사는 생명체는 모두 죽지만 땅속에 사는 생명체는 더 깊숙이 들어가서 살면 되요. 사람들이 똑똑한 머리로 가장 쉬운 이런 일을 모르니까 큰일이지요.
사람들이 알기는 아는데 자기만 생각하니까 이게 문제야.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 왜 그럴까요?
사자신중충이란 말이 있어. 용맹한 사자도 한 마리 벌래가 몸을 갉아 먹으면 죽어.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을 말할 때 쓰는 말이야. 일부 사람들이 사자신중충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 이런 사람들 때문에 네 말대로 인간은 멸종할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어르신은 저희들이 보호해 줄게요.
고맙구나. 든든한 빽이 생겨서. 왜 그렇게 생각했어?
다른 밭에는 제초제를 치는데 어르신은 호미로 저희를 뽑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