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
“미러링”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상대방의 손동작이나 제스처, 말투를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행위를 말하는 심리학적 효과를 말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똑같은 행위를 따라 함으로 친근감을 쌓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요즘 사용하는 미러링은 부정적인 요소가 강하다. 즉 상대방이 내게 가한 행위를 똑같이 따라 하는 보복적 행위를 뜻한다. 예를 들면, 새치기한 자동차가 있을 때, 그 차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거나 차를 세우고 욕설하는 등의 보복 행위를 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당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보복 행위는 건강한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매년 6월 21일은 캐나다 원주민의 날(National Indigenous Peoples day)이다. 원주민은 사실 캐나다 땅의 주인이다. 원주민은 크게 퍼스트 네이션, 이누이트(북극권 원주민), 메티스(혼혈 원주민)로 분류가 된다. 이후 정부에서는 원주민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을 만들어 그들을 격리하고 이후 기숙사학교(Residential school) 등을 통해 문화 말살 정책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에서는 19세기 말 원주민들을 개화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3-15세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에게서 강제적으로 떼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관에 집단으로 위탁 교육을 했다. 위탁받은 기관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 외에는 원주민 언어를 사용할 수도 없었고 사실상의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한 원주민 말살 정책에 가까웠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조사해 온 진실화해위원회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하여 “원주민 기숙학교”를 “문화적 집단학살”로 규정하였다.
무려 100여 년 동안 강제 집단 수용 과정에서 영양실조, 질병, 학대(성적, 물리적)로 인하여 대다수의 원주민 아이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학대와 방치로 사망한 어린이가 현재까지 파악한 규모만도 3,200명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정부는 2022년 보상금으로 37조 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주민단체와의 15년간의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비씨 주와 앨버타주에서 기숙사학교와 교회 근처 땅을 파헤친 결과 어린아이들 시체 1,000여 구가 발견되었기에 정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셈이었다.
필자는 원주민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실제로 틴에이저 시절에 기숙사 학교에서 탈출한 원주민을 만났는데 자신은 더 이상 캐나다 정부를 미워하지도 않고 그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나쁜 따라 하기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미러링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좋은 따라 하기는 함께 따라 하고 모방하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복과 복수는 끊임없는 불행을 야기할 뿐이다. 원망 대신에 감사를 할 때 용서는 화해를 낳고 희망을 낳는 법이다.
이진종 <시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