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2023년 캔모어산장시낭송회-
캘거리한인문인협회
♣날짜: 2023년 7월 1일(토)
♣장소: 캔모어알파인산장
♣주최: 캘거리한인문인협회
[식 순]
1. 진행------------------------------------------ 보우 하명순
2. 우화의 강 / 마종기---------------------------미사 신금재
3. 님의 침묵 / 한용운 --------------------------선화 정선화
4.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우림 이상목
5.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창야 김민식
6. 내 등의 짐 / 정호승--------------------------인애 주미경
7. 별을 헤는 밤 / 윤동주------------------------인암 이진종
8. 바닷가에서 / 정호승-------------------------석정 구재창
9.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이다 / 박두진--------망또 이호성
10.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소담 한부연
11. 수선화에게 / 정호승------------------------월당 서순복
12. 청춘 / 사무엘 울만--------------------------요셉 윤양수
13. 별까지는 가야 한다 / 이기철---------------죽산 이정순
14. 담쟁이 / 도종환
15. 국화 옆에서 / 서정주
우화의 강
마종기 (낭송 미사 신금재)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는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님의 침묵
한용운 (낭송 정선화)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에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이 되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 님은 갔지만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낭송 우림 이상목)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 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이근배 (낭송 청야 김민식)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다투어 길을 나서는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 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묏부리
우주 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빗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냐고 반기고
구룡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 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나 먼 길을 돌아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이제 손에 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내 등의 짐
정호승 (낭송 인애 주미경)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를 못했을 겁니다
내 등에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하였습니다
별을 헤는 밤
윤동주 (낭송 인암 이진종)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바닷가에서
오세영 (낭송 석정 구재창)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이다
박두진 (낭송 망또 이호성)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이다.
보고 싶은, 보고 싶은 나라의 사람의 초록빛 이름이다.
빈 들의 작은 꽃, 꽃을 보고 앉아 있는 사람의 가난한 마음
다시는 생각하지 않으려던 사람의 초록빛 목소리
다시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어질디어진 눈길이다.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이다.
채찍에 구둣발에 몽둥이와 총칼 그 비밀한 그물에 쫓기이는
쓸쓸한 황톳벌 침침한 부둣가 창백한 문명의 거리
아무에게도 말할 곳 없는
약하디약한 사람들의 공포의 심장 굶주린 창자
낮에도 밤에도 으르렁거리는
강한 자 횡포한 자 무법한 자들의 나라의 맹수들의 목덜미
떼 무더기의 내일의 허물어져 가는 자들의 뼈다귀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이다.
저 바다에서 아침에서 초록의 벌판에서 솟아나는
눈이 부신 찬란한 새로운 나라 사람들의 앳된 소리
소년들의 깃발의 보고 싶은 나라 사람들의 합창이다.
아 어제의 것 사라져가야 할 것들의 죽음
죽은 자는 진실로 죽은 자들이 장사하는
빛이 있는 빛의 나라 빛의 대열의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
휩쓸려 가는 것은 바람이다.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 (낭송 소담 한부연)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 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 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 쪽으로 날려 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수선화에게
정호승 (낭송 월당 서순복)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청춘
사무엘 울만 (낭송 요셉 윤양수)
청춘이란 인생이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을 가리킨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 8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 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
고뇌, 공포, 절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된다.
7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체국이 있다.
인간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영감이 끊이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혀질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여러분 청춘으로 삽시다.)
별까지는 가야 한다
이기철 (죽산 이정순)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든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들인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첫댓글 보우님
시낭송 지도하랴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 가졌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