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에 대한 아코디언 연주가의 생각
여행을 떠날 때 듣는 음악, 커피를 마실 때 듣는 음악,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듣는 음악, 운동할 때 듣는 음악 등 상황은 다르지만, 모든 순간마다 내 곁엔 늘 음악이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 때문에 그 상황들이 더 집중되는 것 같다. 음악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음악은 마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 준다. 그래서 시조를 낭송할 때 배경음악이 사용되는 것이 이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시조 낭송회에 여러번 초대되어 배경음악을 연주해 본 적이 있다.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낭송될 시조를 미리 받아서 읽어본다.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보면서 시조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나 분위기를 파악한 후에 나름의 밑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놓는다. 현재 아코디언 전문연주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학교 때 전공이 작곡이라 낭송회 때 연주하는 곡 대부분은 직접 작곡해서 연주한다. 대부분의 시조가 낭송될 때의 시간은 2,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짧은 순간에 음악으로 낭송되는 시조를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함축적인 음악 표현이 요구된다. 글쓴이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면 내가 연주할 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게 된다. 밝은 분위기로 연주 할 것이냐 아니면 어두운 분위기로 연주할 것이냐이다. 음악에서는 이를 장조냐 단조냐로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작곡된 배경음악은 시조에 대한 연주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기에 낭송될 시조와의 조화를 늘 염두에 두고 음악 작업을 한다.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는 가운데 주름진 바람통을 이용하여 금속제로 된 리드 사이로 바람이 들어가고 나가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 다.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모습과 닮아있어 시조를 낭송하는 사람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연주할 수 있다. 아코디언은 악기를 몸 앞쪽으로 메고 오른팔과 왼팔로 감싸 안으며 연주를 하여, 수많은 악기 중에 그 어떤 악기보다 사람의 몸에 가장 많이 맞닿아 있는 악기다. 그래서 연주자의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가 악기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음악이 표현된다. 그리고 아코디언은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주파수가 진동을 만들어 내는데 이 진동에 가운데 주파주가 통하는 소리가 서로 간섭함으로써 생겨나는 현상이 생긴다. 비슷한 소리의 파장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미묘한 진동을 만들어 내는데 이를 맥놀이 현상이라 하며, 이 미묘한 파장이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아코디언의 연주에 시조가 낭송될 때, 낭송을 듣는 이는 마치 명상을 하듯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시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음악가로서 생각을 덧붙이면 시조를 낭송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만들어져 불린다면 어떨까. 가곡 '옛 동산에 올라'는 시조를 가사로 택하여 작곡된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이다. 이와 함께 ‘고향 생각’, ‘가고파’, ‘성불사의 밤’ 등이 가곡으로 만들어져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불리고 있다. 이처럼 시조에 선율이 작곡되어 노래로 불리게 되면 그 시조는 더 긴 시간 동안 기억될 것이다. 많은 시조가 낭송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노래로 불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예술로 남겨졌으면 좋겠다.
홍기쁨
대구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 이탈리아 밀라노 아카데미 아코디언 전공 졸업. 동서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공연학과 박사 과정 수료. 대구CBS방송 음악 홍보대사,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 빅밴드 볼케이노 등과 다수 협연. 대구시립교향악단 객원 연주.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수성아트피아 등 기획연주 다수 출연. 홍기쁨앙상블 대표, 전문연주자로 활동중
첫댓글 부드러운 음악을 동반한 시 낭송이 너무 좋아서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낭송이 아니라 연극무대에 선 배우처럼 퍼모먼스를 종용하는 것들이 싫어서 중도에
포기하였지만, 그만 둔 일이 많이 후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선인 인 듯 하다. 어찌 그 부드러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악할 수 있을까? 시조에 음율이 작곡 되어 아름다운 노래로 불리게 되면
그 시조는 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노래하며 기억될 것이다.
많은 시조가 낭송하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노래로 불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예술로 남겨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