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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접했을 때, 그저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낯익은 이름의 저자가 분명하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의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서문을 읽고 나서야 의문이 풀리고 왜 이 책을 썼는지 이해가 되었다. 모 프로그램에서 속세를 떠나 사는 자연인들을 찾아다니는 개그맨이 바로 이 책의 공동 저자 중의 한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의 저자는 음악을 포함한 문화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이름을 접해봤다. 록보다는 조용한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간혹 록이나 메탈을 들었던 탓에 소개된 그룹 혹은 작품 가운데 익숙한 제목이 눈에 띠기도 했다. 읽는 내내 방송을 들으면서 열심히 테이프를 걸고 녹음에 집중하기도 했던 과거의 까마득한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는 중학교 1학년 때에 친구가 건네준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록음악에 빠져들었고, 이후에는 밴드를 결성해서 직접 음악을 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보았다고 한다. 실제 책의 곳곳에는 메탈그룹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얼마나 빠져서 그들의 음악을 들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표지에는 공동 저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내용이나 문체로 보아 아마도 전체적인 기획이나 주요 원고는 이승윤이 집필하고 음반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멤버들이 어떻게 바뀌고 유지되었는가 하는 출입 사항 등에 대해서는 공동 저자인 당민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실제 이들은 ‘같이 책을 써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연락’해서, 많은 대화를 나눈 뒤에 기획하고 집필을 완료한 후 출간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다. 메탈음악 쪽은 잘 알지 못해 음악을 소개하는 내용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들이 결합한 글의 내용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동안 드문드문 알고 있던 메탈음악과 가수 혹은 연주자들에 관한 정보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여전히 가슴 뛰게 하는 음악들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통해서, 이 책을 쓰는 동안 음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제목조차 알지 못하는 노래들이 적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음악들은 꼭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이나 에어로 스미스 등의 서정적인 음악은 적지 않게 들어 나에게도 익숙한 경우도 있기에, 그러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내용에서는 나만의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조차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자들이 소개하는 방대한 메탈음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슷한 감성을 지녔던 이들이라면 책의 내용에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책의 표지에는 이제는 보기 힘든 키세트테이프를 전면에 배치하였고, 목차 역시 그에 맞춰 A면과 B면으로 구분하여 음악을 소개하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스마트폰에 플레이리스트를 담아놓고 스트리밍해서 듣는 것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는 아마도 표지의 카세트테이프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하면 순식간에 찾을 수 있고,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세상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빨리 감기로 한 두곡을 건너 뛸 수는 있지만, 대체로 순서대로 들어야만 하는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을 듣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조금 여유가 있을 때 듣곤 하는데, 아마도 그러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표지의 사진은 반갑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하겠다.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중에라도 이 책에 소개된 음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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