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디카시집을 주목하다 _최희강
김애경 『이별이 추억으로 가 닿을 때까지』
-둥근 것과 모난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쓸모있는 바탕이다
사람이 온다, 그 사람이면 좋겠다. 발자국 소리가 꼭 그이다. 김애경 시인의 디카시집이 그렇게 와 닿는다. 디카시가 감흥으로 잔잔하게 다가와 추억의 문고리를 달았으면 한다. 세상을 떠난 이를 위로해주고 기억을 오래 할 거라는 의미도 담겨져 있어 눈시울이 볼을 잡아당기고 있다. 디카시라는 장르는 나날이 발전한다. 날시를 기본으로 하며 진행형인 이별의 교차점에서 디카시 발견이다. 주변인이 두리번거리듯이 눈 마주침을 뛰어넘어 에피소드라도 슬픔이 묻어나 서정적 디카시에 둥글게 젖어든다. 살짝 열고 들어가 본다. 보이는 것이 모두의 전부가 아니고 쇠똥구리가 스스로 굴린 덩어리 위에서 춤을 추듯 한 바퀴를 도는 이유는 태양과 달, 은하수 빛의 위치를 감지하기 위해서라는 연구가 있다. 합이 단합이 되어 더욱 유연한 디카시의 춤을 춰보면 어떨까? 설레임에 손을 내밀어본다.
1. 하늘만이 바람의 말을 경청하고 붙잡고 있지는 않을까
차마 놓지 못한
미련
작은 등처럼 매달려
-「대추의 마음」 전문
“차마”가 주는 의미는 대단하다. 추억의 힘이 무엇보다 더욱 단단하여 ‘힘센’ 자아를 구축하고 연꽃 같은 연정으로 곱게 살아가는 시인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다. 내면의 평화와 성장을 촉진하는 ‘카르마 karma’가 여기에 적용되어 진다.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온다는데 좋은 행동은 윤회라는 것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매달”린 특정한 방향들에 대해서도 환생의 세계를 믿어 누군가에게 준 마음의 빚을 갚고자 함이 대추를 빗대어 선한 마음을 붙잡아 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무릇 계기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모두 멈추게 되어 있다”와 『허접한 꽃들의 축제』가 던져준 그물을 조율한다. 시인의 마음이 촘촘한 애정으로 전해오는 디카시라고 본다.
2.가 닿을 때까지 길이 오롯이 있어 꿋꿋하다
아프겠지만
그것도 잠깐이야
돌아보지 마
너의 길을 가
_「이별이 추억으로 가 닿을 때까지」 전문
면역력이 강한 디카시라 표현하고 싶다. “나를 본뜬 차가운 손을 만질 때/낟알 껍질이 목에 걸린 것처럼//몸속에 돋아나는 촉감”은 시집『이물감』에서 얻어낸다. 그리고 디카시에서 슬픔을 너머 비릿한 허무함도 “잠깐이야”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읽는 이의 기억을 반추하게 하여 추억의 주파수에 맞았을 때, 굳세어진 “길”을 알아차려 나아가리라. 그리움이 놓여진 길에, 기슭 어딘가에 알이 있을법하다. 물처럼 소리 죽여 흐르고 비밀한 자리마저 잊어가는, 심금을 어찌 잡을 수 없을 때 강변에 작은 패랭이꽃이, 두루미 한 마리가 마음을 어루만져 먼 길을 재촉하고 있다. 앞만 보고 “가”라고 한다. 이것 또한 이별이 주는 행진곡이라고 생각하니 물빛이 환하다. 이물감도 애절하게, 품에 보듬어진다. 참아오던 눈물로 “아프겠지만”.
3. 주변을 보살피며 사는 시인은 그만의 전등이 있다
빨간 알전구
마른 수풀 속 길 잃은 딱정벌레
집 찾아가겠네
_「길잡이」 전문
낮달이 있듯이 홍시의 붉음이 한낮에 빛나는 순간이다. “길 잃은 딱정벌레”에 눈길이 간다. 무당벌레 딱정벌레는 인간에게 유익하여 그들만의 집이 보존되어야 한다. 심미안으로 우주를 보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빨간 알전구”.
최근에 장님주름알버섯벌레, 제주장님주름알버섯벌레가 발견되었다. 딱정벌레중에 눈과 날개가 퇴화할 정도의 토양 환경에서도 적응한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한다. 디카시의 퇴화는 있어서는 안되며 무릇 난삽한 눈과 마음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정다운 악수를 먼저 건네는 풍경이 있기를 바란다.
홍시가 계속 달려 있지는 않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탄한다. 왜냐면 태양의 선물이니깐. 아직 알아야 할 너무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미물일지라도 살필 줄 아는 시인이 있어 디카시의 집은 견고해지고 열매로 풍성해 문전성시를 이루게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참 감사한 일이다.
최희강 시인
2006년 《시사사》 시 등단
2022년 《한국디카시학》 디카시 등단
시집 『키스의 잔액』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