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6일 흙날 새벽 5시 30분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아침 햇살에 눈을 떴습니다.


기럭지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이 분!
잠든 주원에게 아침 인사만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서십니다.

우리 어머님 새벽부터 꽃단장 중...
마을 어르신들과 진주로 꽃놀이 가신대요.
"어머니, 무릎 안좋으싱께 버스에서 춤 너무 추지마소잉~!"
"안그래도 파스 붙여서 안 할란다."

이 세상에 나온 지 두달 된 똘똘이, 시현이네 새 가족이래요.
정말정말 귀엽죠? 꼭 우리 씨앗들 같아요.

바들바들~~~

우아한 예진아씨의 배웅을 받으며 당근밭으로 출동!

"요것이 당근 새싹이고 요거이 풀이어요~"

서툰 솜씨나마 정성껏 마음모아 풀을 맵니다.
행여 당근싹을 뽑을까 노심초사...
"우리 일렬로 쭉 서서 뽑아봅시다. 제일 먼저 당근싹 뽑는 사람이 점심 내기!"
"저는 두더지에 한 표!"
"저두요~"
"당근싹 뽑은 사람은 땅에다 오백원씩 묻어놔!"

서로 자기 라인이나 신경 쓰라며 티격태격...
이 부부는 농사 안짓기 잘했다 그랬네요. ㅋㅋ
(잠시 후 신난다샘 합류. 임락경 목사님께 칭찬들었다는 대체 그 실력 언제 보여주실런지...)

손가락에 침발라서 찍으면 정확히 3개씩 묻어나는 씨앗을
9cm 간격으로 정확히 심었다나요??
암튼, 그렇게 심어진 씨앗이 이렇게 싹을 틔웠습니다.
120일이나 땅속에 묻혀있다 나온다는 당근!
이제 밥모심때 당근은 절대 남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두 시간여 흙과 함께 새벽 순례를 마치고
등허리가 따뜻해질 즈음 금둔사로 지허(指墟)스님 뵈러 떠났습니다.

반디불이도 함께 합니다. (잠시 후 해바라기도 합류)

지허스님 머무시는 곳. 담박한 정취!

50년 동안 한국 전통차의 맥을 잇고 계신다는 지허 스님

"문득 든 생각인데요... 사랑어린학교같은 대안학교에 차밭을 가꾸어보면 어떨까요?"


대안학교의 냄새라며 맡아보라고 주십니다.
은은하고 구수한 차 향기...

어느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불교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서 가셨답니다.
평소 궁금한 거 물어봐라 했더니 한 아이가 손을 들었대요.
"스님들은 왜 고기를 안 먹어요?"
"그거 참 좋은 질문이다. 너 공부 잘하겠다."하시며 답하신 말씀이,
"스님들 방문 앞에는 항상 고기 한마리(!)가 걸려있다. 허허~"


선암사 주지스님 시절 깊은 사연이 담긴 물고기 한마리...

제자가 그렸다고 알려진 41세 석가모니의 초상이 걸려 있고...

스님은 센스쟁이~

혼자 가꾸신다는 차밭을 구경갑니다.

"제가 잘하는 게 세가지 있어요.
첫번째는 밥을 잘하고 (금둔사에는 공양보살이 안계심),
두번째는 빨래를 잘하고, 세번째는 돌담을 잘 쌓습니다."

돌담을 따라 내려갑니다.
볕 좋은날, 혼자 찾아와 이 계단에 앉아 책 읽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금둔사에 있는 보물 2가지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금둔사지 삼층석탑과 석불비상 (9세기 통일신라시대 유산).

차 밭 가는 길...


만여평 차밭을 스님 혼자 가꾸고 계신다니... 그저 감탄할 뿐

스님..!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밭에 반발한 개복숭아꽃 향기를 가슴에 품고 돌아온
2011년 4월 어머니 달마순례길.
섣부른 마음이 다시 떠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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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순례길에 동행하지 못한 설움을 승화시켜
밤새도록 눈물로 짠 이 수세미를 사랑어린학교에 바칩니다. - 해바라기
첫댓글 다음 순례길에는 저도 꼭 함께 하고 싶네요...
다시 그날의 감동의 밀려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