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靑島
한 때 靑島라 불리웠던 만큼 숲이 무성하여 까맣게 보였던 섬인 소청도...
수정 같이 맑은 물이 14.2km 기암석으로 둘러 쌓인 절경을 휘감아 돌고, 수많은 해초가 깊은 물속 흐름 따라 춤추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몽돌있는 노화동 앞 해변의 물 흐름 소리는 몽돌의 굴림 소리인지? 몽돌 사이를 휘집어 파고 드는 물 흐름 소리인지 마치 소나타 곡의 연주처럼 심금을 울려오고, 깨끗하게 씻겨진 돌에 앉아 이 순간의 평화로움과 자유로운 휴식에 깊히 잠수하여, 잠시 작은 물고기 한마로 청정 해역을 누비는 상상에 잠겨본다.
소청도는 예동(큰동네)과 노화동의 2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는 대청면의 1개리인 소청리 자체 독립 섬이며, 모든 가구가 어업 종사자이다.
어느 시골 마을과 같이 고령화된 인구 구성으로 마치 고장난 시계가 서 있듯 인구 구성의 변화가 없다고 보이지만, 이곳 주민들처럼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들은 없어보인다.
잠시 흐르는 세월을 비교하여 보며 이곳 주민의 생활을 연계 시켜본다.
아침에 뜨는 해와 저녁에 지는 해가 반복되어 세월 흐름을 만들고, 그 기준에 맞춰 일상 생활이 조성된다.
엄동기 겨울이 지나 해동기 봄이 오면, 이에 따라 농부의 손은 새로운 생명을 키우기 위하여 바빠지고, 여름철이 오면 갑자기 퍼붙고, 지속적으로 뿌려지는 비와 예상치 못한 태풍으로 정성들여 키워온 새생명이 화를 당할까 노심초사 애를 태우며, 경작한 농산물을 가을철 맞아 풍요로운 수확에 들어가는 일로 바뀌는 계절에 따라 반복된다.
그러나 소청도 주민은 해를 따라 진행하는 일반적인 생활외에 고장난 시계의 초침을 더 빨리 돌리고 있다.
하루 한번 지구를 돌아가는 태양과 달을 따라 두배의 가속도로 돌리는 새로운 생활을 만드는 그들...
돌아가고 있는 달은 해수면의 들물과 썰물을 만들고, 이들은 그 물때를 따라 또 다른 삶을 만들고 있으니, 그 생활이 무척 고단 할 수있다고 보인다.
내가 여행중에 목격한 그들은 새벽 네시 출어 준비를 하고 항해가 시작된다.
달빛과 별빛 따라 출렁이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긴 대나무 장대에 촘촘이 묶어 놓은 수많은 낚시 줄을 풀고, 보이지 않는 삼치 떼를 찾아 무작정 항해를 한다.
어느 날은 100여 마리가 낚시에 낚일 때도 있지만, 30여 마리 채비로 허탈함을 배 성능으로 돌릴 때도 있더라!
잡아온 생선 배 가르고, 부산물을 정리하는 여인들 손 조차 하루 흐르는 해와 달의 흐름 맞춰 분주한 손길로 연결된다.
하루 태양이 지나는 길 따라 생활도 바쁜데...
달 과 해를 따라 가는 인생길이 얼마나 바쁘랴!
그러하니 이곳 시계는 두 길을 다 맞추어 돌아 갈 수 없으니 고장난 시계라 할 수밖에 없다.
소청도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인 분바위 국가지질공원이있다.
마치 굴껍질 문양의 화석군이 백색돌에 박혀 달빛 받아 반사되는 그 모습이 신기하여 월띠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원나라의 순제가 이곳으로 유배되어 분바위 앉아 님을 그리워하며, 독서를 즐겼다는 이 바위...
지금은 자생하는 염소 떼의 놀이터가 되고, 망망대해에서 몰려 오는 파도의 벗이 되어 하얗게 날리는 포말을 감싸 안는 포용의 바위가 되어 소청도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억년전 남조류와 박태리아가 화합되어 이루어 온 화석이 수정 처럼 맑은 해수를 품는 그 장면은 장관을 이루고, 지구 지표형성 과정의 징표를 안고있다.
노화동 갑파른 길을 따라 오르다 능선 이르러 4.5km 짧은 거리 위치한 대청도 삼각봉과 해변 따라 띠 돌린 암벽의 기암석 모습이 절경을 이루고, KT통신의 세개 중계탑이 하늘을 질러 올려지고, 조금 지나면 암벽에 아슬아슬 세워진 소청도 등대가 수평선을 지키고있다.
이 등대는 1908.1.1 일 월미도 등대에 이어 두번째로 세워진 높이 18M로 불빛 반사 범위가 무려 35Km에 이른다 하니, 중국 연안까지 비추어 지지 않을까 예측 해본다.
등대 아래 까마득히 직각으로 내려다 보이는 암벽에 부딪치는 우렁찬 파도 소리를 들으니, 내재되어 있던 현기증이 두 다리를 흔들어 온다.
망망대해를 뚫고 건너오는 한줌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려 소청도 아름다운 섬 매력을 스케취 해 가는 순간들이다.
서해에서 가장 맑은 물로 감싸는 외로운 이 섬의 동쪽으로 망망 대해에 희미하게 보이는 미지의 땅....
오래전 민족의 이산가족을 만들었던 아픔을 안고, 긴 세월 흘렀건만 가까이 갈수조차 없는 미지의 땅이 되어 그 여한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