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에 만나는 장성 수변길의 마법은 임권택 시네마테크에서 장성호 조정경기장 가는 길에서 만난 가로수에서 시작되었다. 태양처럼 붉게 타오르는 그 시린빛이 이른 만남으로 더 애틋하고, 소중해 마음이 애잔해지는 홍단풍. 그리고 학명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 하얀 눈꽃이라는 뜻의 이팝나무. 늦은 봄 이팝나무 꽃송이가 온 나무를 덮을 정도면 흰 쌀밥을 수북이 그릇에 담아놓은 것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했으며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 한다. 멀리서 본 이팝꽃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 상여를 장식한 상여꽃이라는 기억의 편린으로 보였다가, 금새 너무나 성스럽고 아름다운 5월의 신부가 든 부케로 내 마음에 살포시 앉았다 갔다. 옛날에 이팝나무는 한해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였단다. 흰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을 예상하기도 했단다.
장성호 수변길은 장성호 선착장과 북이면 수성리를 잇는 총 7.5km 길이의 트레킹길로 산길과 호반(호수를 낀)길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숲과 호수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서 우리를 매료시켰다.
장성호 수변길의 백미는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나무 테크길'이다. 호숫가 가파른 절벽을 따라 세운 나무 테크 다리에서는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탁 트인 장성호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다리 한쪽에선 숲의 나뭇잎끼리 스치는 숲의 노래를 듣고 다른 한쪽에선 호수의 물이 절벽을 때리는 물의 노래를 들으며 자연이 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산길로 들어서며 우리들은 비장의 간식들을 점심 전초전으로 내놓았다. 현경이의 명품 식혜, 수미의 아빠표 군고구마, 영란 언니의 만쥬와 순희 언니의 구운 달걀, 우리 빵순이들이 좋아하는 명숙이의 블루베리 식빵 등등.
호수를 끼고 한참 더 걸으니 호젓한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숲길이 반기고 소나무와 굴참나무 등 각종 나무 사이로 때론 직선으론 때론 지그재그로 펼쳐진 산 속 오솔길을 터덜터덜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만끽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돼 지루하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좋았다.
장성호의 수려한 풍경을 보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엘로우 출렁다리를 만나고 우리는 드디어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하의 도시락 먹기는 파티 수준이다. 아줌마 다섯명이 도시락을 싸오면 25인분이 된다는 농담이 있는데, 하하 아줌마 9명의 도시락은 정말 정성이 가득하고 실속있는 맛있는 성찬이었다.
여름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5월에 만난 장성 수변길은 햇볕, 바람, 물, 숲 자연이라는 악기가 연주하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만난 기분이었다.
첫댓글 사진으로 수려한 경관을 감탄하며 감상했기에 아란님의 글속으로 한없이,더욱 빠져듭니다.아름다운 오월의 그림,오케스트라 연주가 절실하게 다가옵니다.하아~오월과 하하님들의 모습은 예술입니다.숨소리가 들려요.산행 화이팅!
유득히 자연을 좋아하는 여인네들 장성 수변길 5월 실록지절에, 물가에, 한적한 오솔길 갔으니 매우 즐거웠겠습니다. 누가 또 노래는 안했는지요? 각색의 음식들도 매우 특색있었겠습니다. 지난 가을에 갔던 장성 수변길과 올 봄 꽃 그 주변에서 찍을 사진 올려드릴께요.
사진 오릅니다.
이번달에도 놓치고 만 하하산행.
아홉의 귀한 여인들의 수변나들이.
나도 함께 갔다 온 양 눈에 선하다.
유월엔 꼭 같이 하기로 다짐해본다.
감성어린 장성수변길 애찬에 마음이 혹~ 합니다. 5월에 수변길 가면 정말 가온님처럼 아름다운 심상이 떠 오를까? 5월의 성찬을 즐기고 갑니다.
신록이 만들어주는 기다란 그늘을 따라, 탁트인 물갓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란도란 걸으며 옹졸하고 답답한 마음이 스르르 내려놓아짐을 맛보았습니다. 함께함의 즐거움, 늘 감사합니다^^
초록빛과 더불어 숲에 울려퍼졌을 웃옴소리도 떠올려봅니다~. 함께 하는것만으로도 치유가 됨을♡
푸른 호숫길은 나무와 바람과 새들과 들짐승과 그리고 사람 을 만나 더욱 푸르더이다
아란언니의 글 속에 호수처럼 푸르고 맑은 호흡이 있네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