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데뷔를 한 이후로 – 데뷔전 한지 올해가 30년 째인데 – 계속해서 대중들한테 관심이 많았어요. 대중에 관한 관심이 커서, 특히 출판을 통해서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까이 가겠다고 생각한지 오래였어요. 처음 데뷔전을 한 것도 <응달에 피는 꽃>이라고 판화집 형태의 책자로 묶여 나오고, 이후로 꾸준히 그런 판화집도 출판을 하기도 했고요. 달력이라든지, 엽서라든지, 책 표지라든지, 정기간행물 표지, 혹은 정기간행물 안의 연재하는 칼럼, 이런 형태로 계속해서 판화를 출판물에 실어서 평범한 사람들 곁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어요. 특히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세상에 하려고 할 때, 무력한 한 개인이 대중들하고 접점을 넓히려고 하면 결국은 다량의 복제가 가능한 그런 형태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는 인쇄라고 하는 것이 저한테 준 영향이 굉장히 컸어요. 본질적으로 보면 판화라고 하는 것도 인쇄에 가까워요, 복제의 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그리고 과거에, 현재와 같은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목판 자체가 엄연히 인쇄술이었거든요. 그게 기능이 좀 수공적이라고 하는 것을 제외하면, 요즘 인쇄 출판의 역할을 판화가 해왔던 거니까 운명적으로 굉장히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