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서울 거주하다가 은퇴 후 광주 퇴촌에 거주하시는 80세의 노인이다.
몇 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이 나아졌고 지속적으로 정기검진을 받는다.
2021년 4월 17일에도 서울아산병원에 가는 길이었는데, 하남시내를 통과할 때 길을 잘못 들어서 시장 골목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앞 차가 밀려서 시속 10킬로미터 정도로 서행하는데, 도로 우측 언덕길에서 자전거가 달려오더니 미처 멈추지 못하고 의뢰인의 차량 우측 조수석 문짝을 받고 넘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오다 넘어진 사람은 70세의 노인이었는데, 어딘가 불편한 모습이 보였으나 외상은 없었다.
의뢰인은 깜짝 놀라 차에서 내려 주변 사람과 함께 쓰러진 노인을 부축하여 일으키고 도로가에 앉혔다. 의뢰인은 그 사람에게 괜찮으냐고 묻자, 그 사람은 괜찮다고 대답했고 겉으로 보기에 외상도 없었다. 이에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외상도 없으므로 피해자를 내버려두고 차에 탑승하여 병원에 갔다.
[사건의 경과]
그로부터 한참 후 경찰에 출석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니, 의뢰인이 현장을 떠난 직후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의뢰인이 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차량번호를 적어주면서 자전거 탄 사람에게 신고하라고 해서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보험 접수를 해 주고 하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의뢰인이 과실은 없으나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하고, 자전거 탄 사람이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었으니 이른바 인피도주로서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법규를 잘 몰라서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퇴촌에 살면서 병원 다니기가 너무 불편해서 지인들에게 상담을 해 보니 행정심판을 걸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행정심판을 걸었는데 그 때는 이미 면허취소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이 경과한 때라 각하를 당하였다.
그리하고도 다시 6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이 어떠한 처분을 하지 않아서 너무나 답답하여 지인을 통해 변호사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변호사도 이 경우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고, 그것도 재취득 결격기간을 4년간이나 무겁게 되어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데, 법령을 찾아보니 정말 그러했다. 과실없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후 미조치시에는 면허취소와 4년간 결격 처분이 주어진다.
어렵게 담당경찰과 통화를 해 보니, 2021년 8월에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를 했는데 검사가 인피에 대한 추가자료를 확보하라는 재조사 지시를 하였고, 이에 경찰이 피해자측에게 연락했다 한다. 그런데 피해자는 사고 후 5개월 지났을 무렵 다른 질병으로 사망을 했고, 그 가족들은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어떠한 협조도 안 하고 있고, 사건도 오래 됐으므로 이번 주까지 기다려보고 자료가 없으면 없는대로 송치하겠다 한다. 그것이 2022년 6월 말이다.
변호사는 경찰에 이 사건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하지 않은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곧바로 검찰에 송치를 했다. 변호사는 담당검사에게도 무려 4번이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도 검사는 처분을 하지 않다가 2022년 10월 말에 사건을 공판부 검사에게 이관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변호사 활동을 했지만, 형사부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공판부로 재배당한 경우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였다. [최근 수사권조정으로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겉으로는 형사부 검사이지만 실질은 특수부 검사였고, 그 검사에게 아주 쉬운 몇 건을 배당했으나 그마저 도저히 처리할 시간이 없어서 공판부로 재배당한 것이었다. 부장검사, 특수부 검사, 공판부 검사도 아주 쉬운 도로교통법위반 같은 송치사건은 처리를 한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공판부 검사는 바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 형사부 검사가 4개월동안 뭉갠 사건을 단3일만에 공판부 검사가 처분한 것이다.
의뢰인은 불기소 처분 후 곧바로 면허를 회복하였음은 물론이다.
[무혐의 이유]
-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사고후미조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피해차량의 손괴정도, 사거 이후의 정황, 특히 사고 현장에 비산물이 있었는지 여부, 피해자가 추격하는 등으로 인한 또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되었는지 등의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도9828 판결 등 참고).
- 피의자와 목격자의 각 진술, 교통사고 보고, 현장사진, 피의자 운전 승용차를 촬영한 사진, 피해자에 대한 진단서, 피의자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 등에 의하면, 피해자 운전의 자전거가 피의자 운전의 승용차의 우측을 들이받았으나 비교적 충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위 승용차나 자전거에도 별다른 파손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피의자는 사고 직후 일시 정차하여 승용차에서 하차한 다음 목격자와 함께 피해자를 도로 가장자리로 옮기는 조치를 취한 후 현장을 이탈한 점, 사고 현장에 비산물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사고 직후 강동경희대병원으로 호송되었으나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사고 후 약 5개월 후 사망하였으나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의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사고 경위, 피해자의 상해 부위 및 정도, 이 사건 자전거와 승용차의 손괴 정도, 사고 이후의 정황, 사고 현장의 비산물의 유무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가 사고 후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없다.
[결론]
도로교통법상 인사사고 후 미조치(도주)에 해당하면 면허취소와 4년간 취득제한의 중대한 처분을 받으므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 병원 후송과 연락처 제공이라는 조치를 꼭 해야 한다.
사고 후 미조치는 자기부죄 금지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판례로 제한 해석을 하고 있으므로, 모든 미조치가 도로교통법 위반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피해차량의 손괴정도, 사거 이후의 정황, 특히 사고 현장에 비산물이 있었는지 여부, 피해자가 추격하는 등으로 인한 또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되었는지 등의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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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인 담당변호사 강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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