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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암울했던 독재정권 시절, 당시의 시국사범들을 변호하며 민주화에 앞장섰던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다. 법정 밖에서도 민주화를 위해 각종 글을 투고하며 활동하다가, 자신 역시 그로 인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또한 대학시절 대학신문사에서 활동하면서, 틈틈이 썼던 시 작품으로 등단을 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늘 ‘1세대 인권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이 책에는 변호사로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국사범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담으로 채워져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접한 인물 중에는 메마르고 야속한 이 세상과 이웃을 위해서 ‘사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그들의 삶을 널리 알려서 독자 여러분의 인생역정에 아름다운 도반으로 삼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엮었다고 말하고 있다. 대체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들은 이미 현대사에서 그 활동이 충분히 알려진 경우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에 읽는 내내 나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따라서 대부분의 글들은 저자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해당 인물들이 어떤 활동을 했으며 또 그들의 행동이 지닌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봉준 장군’은 아마 필자가 만날 수 없었던 인물일 터인데, 책의 맨 처음에 소개한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즉 ‘부패하고 외세에 의존한 지배층을 향한 전봉준의 저항은 비록 실패’해서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동학혁명은 ‘오늘날 평등사상과 자유민주화의 지평을 연,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로부터 이어져 이 땅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행적은 그대로 우리 현대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인물들과 함께 활동했던 저자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과 역사를 바라보는 견고한 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하겠다.
이 책에는 유난히 목사 등 기독교인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에 맞서 싸웠던 인물들이 특히 기독교 계통에 많았던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저자 역시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면서도 반독재운도의 최전방이나 다름없었던 KNCC인권위원회에 참여했던 것도 바로 ‘싸우는 성직자’의 자세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함석헌, 김재준 목사를 비롯하여 김관석, 김찬국 목사 등에 관한 활동과 개인적인 소회가 진솔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밖에도 이병린, 이태영 변호사와 박우동 대법관을 비롯하여,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던 김경득 변호사에 대해서도 그 활동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의 귀화를 거부하고 법정투쟁을 통해 재일 한국인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김경득 목사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민주화 투쟁에서 옥고를 겪었던 다양한 정치인들 역시 한승헌 변호사의 변호를 받으며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로, 저자와의 각별한 인연이 소개되어 있었다. 대통령이 되어 저자를 초대 감사원장에 임명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김상현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역시 각별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그 자신 문인으로 활동하였기에, 대학시절 은사였던 신석정 시인을 비롯하여 소설가 안수길, 신동엽 시인, 천상병 시인, 소설가 남정현, 그리고 이어령교수 등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문인들이다. 또한 ‘동백림 사건’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귀국을 하지 못했던 이응노 화백, 그리고 저자의 고교 선배였던 북의 인민예술가 정창모 화백과의 인연도 소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조아라 선생과, 이우정 교수, 리영희 교수를 비롯하여, 언론인 송건호, 경제학자 박현채 교수 등에 대한 추억도 곁들여져 있다. 그리고 저자가 변호인으로서 함께 투옥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있는, 인혁당 사건의 여정남에 대해서는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살아져야만 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되뇌어 보기도 하였다.
모두 27명과 저자와의 인연이 소개된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면서 현대사를 체득한 저자의 경륜과 그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대상 인물들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이 적지 않았으며, 저자의 그들에 대한 추모의 감정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일들은 이미 과거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지만, 저자의 회고 속에서 언급되면서 독자들 가운데 누군가에게는 비로소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독재정권 시절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 활동했던 저자를 비롯한 이들의 희망은 여전히 완료에 이르지 못하고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형식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논의되고 있지만, 비로소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 앞으로 남은 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또한 비록 이 책에서 다루어지지는 못했지만, 민주화 과정에서 헌신했던 그 밖의 수많은 인물들에게 오늘 우리의 삶이 크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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