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사람들의 전통의상은 편의 상 바롱(Barong) 이라고 부르는데 바롱이란 원래는 바롱 따갈로그(Barong Tagalog)를 줄인 말로 바롱 따갈로그는 "따갈로그 지방의 옷"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처음에 이 말은 따갈로그 지방에서 주로 입는 전통 복장을 의미했다가 점차 필리핀 전통 의상을 의미하는 보편적인 뜻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필리핀 전통 의상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바롱 따갈로그"라고 표현 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는 현지인들도 그냥 편하게 줄여서 바롱이라고 말한다.
남성의 바롱은 바롱 따갈로그(Barong Tagalog), 여성의 것은 바롯 사야(Baro"t Saya)라고 구분해서 부르기도 하며 필리핀 사람들은 중요한 행사 때마다 이 바롱을 입으며 바롱을 만드는 천은 마닐라 삼으로 만든 마직물, 바나나 섬유인 쥬시, 파인애플의 섬유인 피나를 엮어 쓴다고 한다.
바롱은 쉽게 생각하면 우리의 한복 같은 개념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자주 입는다고 할 수 있는데 날씨가 더운 필리핀의 특성상 정장을 입어야 하는 자리에 바롱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축제나 기념일, 결혼식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는 대부분 바롱을 입는다.
필리핀 전통 의상으로 자리잡은 바롱의 시작에는 두 가지 그럴듯한 설이 있는데 첫째는 열대성 기후로 인해 시원한 옷이 필요하여 그런 재료를 찾아 만들다 보니 오늘날과 같은 옷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식민지 정책으로부터 시작 되었다는 것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두 번째 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얘기한다.
식민지 정책에서 시작 되었다는 두 번째 설은 바롱이 과거 스페인 점령기 이전부터 시작해 거의 4세기에 걸쳐서 여러모로 변했으나 아직도 옛날의 특징이 남아 있는데, 우선 얇고 투명한 천을 사용하는 것과 바롱을 입을 때는 바롱 안에 깔끔한 흰색의 티를 입고 그 위에 바롱을 입는다는 것이다.
또 바롱의 하단을 바지 않으로 넣는 것이 아니고 항상 바롱을 바깥으로 내놓고 입는 것은 평범하게 생각하면 필리핀의 더운 기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스페인 식민정책의 유산이라는 설도 강하게 어필되고 있다.
그것은 스페인이 필리핀을 지배할 때 스페인 관료들이 그들과 원주민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 제일 쉬운 방법으로 옷에 차별성을 두어 원주민들에게 바롱을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투명한 천을 사용하게 한 것은 식민지의 특성상 옷 속에 무기등을 감출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바롱에 주머니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 것은 도둑질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필리핀 원주민 사이에서도 장사를 해서 돈을 벌거나 농사를 크게 지어 성공한 중산층들이 차츰 생겨 났지만 이들 역시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항상 바롱을 입어야 했다.
이런 식민통치에 대한 반발로 원주민들은 원래의 바롱에는 없었던 것으로 바롱의 전면에 다양한 장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긴 소매의 앞부분 상단에 단추를 달아 입고 벗을 때 편한 실용적인 바롱으로 바뀌게 되었고 처음에는 주로 흰색의 천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패션화되어 다양한 색상의 바롱을 볼 수 있다.
바롱에 들어가는 수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수가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고가의 바롱이 되는데 그 중 비싼 것은 한 벌에 몇 백 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렴하게 나와 있는 바롱들이 많아서 쇼핑몰에 가면 대중화된 것은 몇 천 페소에 쉽게 구할 수 있다.
원래는 바롱을 제대로 입으려면 안에 흰 티를 받쳐 입고 반드시 긴 소매를 입어야 하며 바롱의 끝을 바지 속으로 집어 넣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에는 짧은 바롱을 입고 다니면 드라이버나 남자 헬퍼쯤으로 생각했으나 바쁘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는 이런 전통의상들도 굳이 예전의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