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소풍 전날 밤에 설레어 잠 못 이루는 어린 아이처럼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꾸며 한동안 행복한 상상과 궁리를 했다. 여행지를 어디로 정할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옛날부터 한번 가고 싶었던 사도세자의 한이 서린 수원 화성을 돌아 보기로 했다. 6월 6일 아침 일찍 가족들의 염려를 뒤로 하고 담대히 길을 나섰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여린 벼싹들 이 수줍게 그 속 살을 드러내고 아직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물이 가득찬 논에서는 새로운 시작의 기대가 움트고 있다. 전에는 보여도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하하텃밭의 예쁜 애기들 때문인지 애정이 가는건 왜 일까? 처음 타보는 Srt 기차는 건너편 Ktx 기차와 순간의 눈인사를 나누는 듯 잠시 속도를 늦추더니 첫 정차역인 익산역에 섰다.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총총히 움직이더니 기차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사라진다. 모르는 것이 남아 있어야 인생이 재미 있단다. 혼자 길 떠나보니 이 나이에도 왜 이리 모르는 것들이 많은지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롭다. 비가 온 후의 세상은 너무 맑고 눈부시게 환하다. 진한 녹색 잎들이 더 무성하여 6월은 강한 생명력으로 요동친다. 사방천지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결치고 물오르는 식물들의 푸름으로 가득 차 있다. 동탄역에서 내려 우렁 쌈밥집에서 밥을 먹는데 가족 손님으로 가득찬 식당에서 순간 위축되고 외로워져 생각했다. 밥 함께 먹는 사람들 많은것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구나. 앞으로는 밥도 더 많이 사고 혼밥 하러온 사람들이 좋은자리 혼자 앉아 있어도 따뜻하게 봐줘야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을 되새겨 본다.
첫 목적지인 수원 화성은 조선왕조 22대 정조대왕이 선왕인 영조의 둘째 왕자로 책봉되었으나 당쟁에 휘말려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陵寢)을 양주 배봉산에서 조선 최대의 명당인 수원의 화산으로 천봉하고 화산 부근에 있던 읍치를 수원의 팔달산 아래 지금의위치로 옮기면서 축성 되었다. 화성은 정조의 효심이 축성의 근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정치구상의 중심지로 지어진 것이며 수도 남쪽의 국방요새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지정 된 수원 화성에는 여전히 정조의 꿈이 깃들어 있었다.
수원이 경기도의 수도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음 목적지는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타다. 원래 지리는 정말 어두운 사람이지 만 버스를 타고가니 동탄이었다, 수원이었다, 시흥이었다, 용인이어서 불안해 여기 맞냐고 몇번을 물으니 불쌍했는지 착해 보이는 고2 남학생이 '경기도는 원래 경계가 짧아요'하며 백남준아트센타에서 내리는 친구에게 나를 부탁해준다. 생긴것도 미남인데 착하기 까지ᆢ. 학생 복 받을거야. 고마워 백남준아트센터의 주요 소장품 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구인' 백남준이 전자 미디어로 그리는 거 대한 비전과 조응하는 여러 단계의 텔레비젼 실험과 예술적 탐구를 선보였다. 백남준 그 천재성에 감탄하며 그 어느때보다 기술 매체가 우리 삶의 지형과 일상을 바꾸고 있는 이시대에 다시금 미디어가 던진 메세지를 탐구했다.
혼자라는 마음과 낯선 곳의 불안감 으로 피곤해져서 여행 나서는 나를 위해 동생이 선물해준 숙소로 들어갔다. 얼마전 회자되었던 '스카이케슬'이라는 드라마 촬영지 근처의 럭셔리한 용인 기흥에 위치한 숙소는 혼자 자기는 너무 넓어 더 아쉬웠다. 오십 다섯이나 되는 아줌마 하룻밤 나와 자는데 왜이리 걱정들이 많은지 염려하는 전화가 빗발친다. 걱정도 말라고 큰 소리는 땅땅쳤지만 밤새내 화장실 물떨어 지는 소리와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상념으로 잠을 못 이뤘다. 혼자 여행 떠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평생 경험 못했을 수도 있는 일을 해내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이 여행은 혼자 떠나와 나 자신과 우연히 서로 만나는 조우(遭遇)의 기록이어서 기쁘고 벅찼다. 여행 속에서 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했다. 다시 혼자 떠나갈 여행을 꿈꿔본다 ''최 아란 안녕! 다음에도 다시 만나자''
첫댓글혼자 떠난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왔네요.예전엔 유럽여행 다니는 하하님들이 부러웠는데^^ 홀로 나선 마음의 지도가 보물 같습니다.6월의 자연에 더 깊이 손을 잡고,혼밥경험에서 와닿은 상대방의 처지를 느끼며,수원화성을 실제로 보고 배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니 조선시대 귀퉁이를 가슴에 새겼네요.백남준미디어 감상..대단해요. 부럽습니다.
가온 하하님께서 첫번째로 해 내셨네요. 훌륭하십니다. 드디어 하하스러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함을 느낍니다. 사람은 결국 '나'입니다. '나'를 스스로 만날 때 또 그것이 일상이 될 때 제대로 된 '나'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하셔서 잘 마치신 가온 님께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집 밖에 나가야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집 밖에 나가야 농사도 지을 수 있습니다. 집 밖에 나가봐야 집안도 소중해 집니다. 집 밖의 세상을 만나야 집 안을 제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집안에서 집안은 잘 안 보이지요. 집밖에서 집안이 더 잘 보이게 마련이지요. 큰 박수를 보냅니다.
첫댓글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왔네요.예전엔 유럽여행 다니는 하하님들이 부러웠는데^^ 홀로 나선 마음의 지도가 보물 같습니다.6월의 자연에 더 깊이 손을 잡고,혼밥경험에서 와닿은 상대방의 처지를 느끼며,수원화성을 실제로 보고 배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니 조선시대 귀퉁이를 가슴에 새겼네요.백남준미디어 감상..대단해요. 부럽습니다.
하루가 아닌 1박2일..'혼자'라는 마음의 크기가 더욱 성장했다 여겨집니다.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종착지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변화된 자기로 돌아오는 것입니다.-담론(우엘바와 바라나시)
가온 하하님께서 첫번째로 해 내셨네요. 훌륭하십니다. 드디어 하하스러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함을 느낍니다.
사람은 결국 '나'입니다. '나'를 스스로 만날 때 또 그것이 일상이 될 때 제대로 된 '나'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하셔서 잘 마치신 가온 님께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집 밖에 나가야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집 밖에 나가야 농사도 지을 수 있습니다. 집 밖에 나가봐야 집안도 소중해 집니다. 집 밖의 세상을 만나야 집 안을 제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집안에서 집안은 잘 안 보이지요. 집밖에서 집안이 더 잘 보이게 마련이지요. 큰 박수를 보냅니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의 첫번째 여행자였군요.
평소 가보고 싶었던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참좇은 시간이었을테죠.
역사적 의미가 담긴 수원화성을 택한 탁월함이 돋보입니다.
잘 다녀와서 글로 올려주니 더 고맙군요.
드디어 해내셨군요.
혼자 뭔가를 결정하고, 해내고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잘알기에 혼자 떠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가온 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하셨고요 역시 생각지도 못한 장소를 선택해서 다녀오셨네요.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