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과 중동
-‘넘말’ 넘치는 마을이란 뜻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 남서쪽의 군포시 산본(山本) 지역도 개발을 암시한 듯한 땅이름들이 보인다.
산본 일대는 본래 경기도 과천군 남면의 지역이었다. 이 곳은 수리산(修理山) 밑이 되어서 ‘산밑’이란 토박이 땅이름으로 불리던 곳이다.
□ 수리산은 군포 고을의 진산
수리산은 군포 시민뿐 아니라, 안양, 안산 시민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사랑받고 있는데, 군포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군포시의 진산(鎭山)이라 할 수 있다.
'수리산'이란 이름이 나오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수리산의 빼어난 산봉의 방위가 마치 독수리같아 '수리산'이라 하는 설이 있고,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현재 속달동에 위치하고 있는 절이 신심을 닦는 성지라 하여 수리사(修理寺)라고 했는데 이 절 때문에 나왔다는 설이 있다, 그런가가 하면, 조선시대에 이(李)씨 왕손이 수도를 하였다하여 '수이산(修李山)'이라 부르다가 한자가 변한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수리산 지형은 청계산(618m), 광교산(582m), 관악산(629m), 백운산(564m) 등 지질맥상으로는 광주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산지 중의 하나로, 군포시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군포시에서 가장 큰 산이다.
□ 산본(山本)은 '산밑'이란 뜻의 일본식 지명
수리산 근처에 궁안, 도장골, 둔전, 광정, 골안 등의 마을이 있었는데, 일제 때인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이 마을들을 병합하여 ‘산밑’의 한자말인 ‘산본(山本)’을 취해 산본리라 해서 시흥군 군포면에 편입하였다.
이 곳의 ‘궁안’은 한자로 궁내(宮內)라 했다. 역시 결과를 따라 한 얘기 같지만 이 곳이 궁의 안뜰과 같은 전원 도시가 될 것을 예고한 이름이 아닌지?
또, 근처의 ‘도장골(道藏洞)’은 한자식으로 풀면 ‘길을 간직함’의 뜻을 간직했는데, 묘하게도 지금 이 곳에 안산행 전철이 지나고 있고, 근처에 반월쪽으로 가는 큰길도 뚫렸다. 이름 그대로 군포시의 가장 중요한 길(道) 간직하게(藏) 되었다.
군포시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긴 하지만, 부천시의 중동(中洞) 지역도 예언성 땅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 곳은 본래 경기도 부평군 석천면의 지역이었다. 간데미, 넘말, 데보뚝, 벌말, 장말 등 여러 마을이 있었는데, 이 중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 ‘간데미(간뎀)’였다. 그래서 가운데 있다는 뜻의 ‘간데미’를 한자로 취한 중리(中里)라 해서 다른 마을들을 병합, 부천군 계남면(뒤에 소사읍)에 들어갔는데(1914년), 1973년 부천이 시가 되어 중동(中洞)으로 되었다.
중동은 이름 그대로 부천시의 중심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보다 이 곳의 한 마을인 ‘넘말’은 이름 그대로 마을이 넘쳐 큰 시가지를 이루게 됐다. 이래서 사람들은 땅이름에도 팔자가 있다고 한다. //
3. 물(水) 지명이 물을 불러 - 둑과 댐 들어서
현실과 땅이름이 맞아떨어진 경우는 특히 물 관계의 것에서 많다. 우리 나라엔 인공 호수가 많은데, 이 호수들은 대개 댐으로 인한 것이거나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둑을 막아 생긴 것들이다. 그런데 그 주변 땅이름들 속엔 ‘물’과 관련된 것들이 숨어 있다. 그것도 단순히 ‘물’의 뜻이 아닌, ‘물의 많음’을 뜻하는 것이 적지 않다. 물이 철철 넘친다는 뜻의 ‘너문이(넘으니)’, 물이 가득 찬다는 뜻의 ‘찬물’, 물을 가둔다는 뜻의 ‘물가둠’,… 이러한 땅이름들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도 현실이 그것을 따라가는지 참으로 기막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