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편의증진, 도로보행 왜 홀대하나
춘천시, 음향신호기 설치 22.5%뿐…실제 작동하는 곳 별로 없어
보행자 사고중 34.9%가 횡단보도 사고
지난 2월22일 국회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시설 확충 및 보행환경 개선을 골자로 하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법’ 일부를 개정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은 버스·지하철 등 일부 대중교통과 새로운 시설물 구축에 국한돼 있고 정작 전국적으로 가장 큰 이용 비중을 차지하는 보행도로 환경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아 보행 신호등 음향신호기 확대 설치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처 : 행정안전부 출처 : 경찰청
출처 : 경찰청
경찰청의 ‘2018년도 보행자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총 5만 315건의 교통사고 중 34.9%인 1만7천544건이 보행자 도로횡단 중에 발생했다.
2011~2015년 사이 전국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현황에서 교통약자인 고령 보행자의 비율이 평균 47.4%로 높게 나타났으며 지난 2016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서는 총 247건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중 ‘도로 횡단 중 사고’가 186건으로 무려 7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약자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행도로 환경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 경찰청
출처 : 국가통계포털 KOSIS
춘천시의 경우, 지난 2017년 발생한 총 1천686건의 교통사고 중 보행자와 자동차간 사고가 297건(17.6%)에 달했다. 이는 도내에서 원주 다음으로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은 것이다.
출처:국가통계포털 KOSIS
출처 : 춘천시청 교통과
현재 춘천시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등은 총 1천528개로 지난 15년간 716개 증가했다. 이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신호등은 344개로 22.5%에 그치고 있다. 춘천시청 교통과 김중수(33) 담당자에 따르면 “음향신호기는 인구 이동이 많은 곳의 신호등 위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음향 신호기 점검은 민원이 들어온 신호등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호등 점검의 우선순위는 음향신호기가 아닌 점등 동작의 고장유무”이며 “음향신호기 고장은 비나 누전 등으로 자주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일일이 다 손쓰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취재 결과 유동 인구가 많은 ‘춘천시청’, ‘명동 입구’, ‘춘천 시의회’, ‘춘천 경찰서 동부동 치안센터’앞 신호등 모두 음향신호기가 부착만 돼 있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춘천시 옥천동에 위치한 춘천시청 앞 신호등의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좌)
춘천시청 앞 경찰표준교통신호제어기의 모습(중).
춘천시 조양동에 위치한 명동입구의 신호등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우)
춘천시 교동에 위치한 춘천 경찰서 동부동 치안센터 앞 음향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 신호등의 모습.
명동(춘천시 조양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초록불 신호를 기다리는 최진수씨.
대다수 시민들도 신호등의 음향신호기 작동 여부에 별 관심이 없다.
최진수(59·무직)씨는 지금까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잘 건너왔기 때문에 신호등 음향신호기의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러나 “더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해지고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를 상상해보면 그때는 횡단보도 건너기가 불안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한편, 최근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주변의 밝기나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조도와 동작을 제어하는 ‘스마트 가로등’도 확대 설치중이다. 스마트 가로등은 CCTV, WIFI, GPS수신기, 비콘사용, 조명제어, 위급상황 신고 기능이 있다.
춘천에도 95개의 스마트 가로등이 세워져 있으나 모두 CCTV, GPS수신, 조명제어의 기능만 작동할 뿐 나머지 3개의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일반 가로등과 큰 차이가 없어 교통 약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봄내 콜 이동 지원센터’는 교통약자를 위해 평일과 주말에는 시간 예약제로 운영 중이지만 센터의 존재 유무조차 알지 못하는 등 시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봄내 콜 이동지원센터의 차량 모습
김홍기(53·소상공인)씨는 “춘천에도 교통약자들을 차로 태워 이동시켜주는 기관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있지만 자세히는 모른다”며 “서울 경기에서만 활성화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춘천에 살았다”는 김씨조차 시내 이동 지원센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시 차원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은 물론, 교통약자 보행 안전을 위한 시민들 인식 개선캠페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선우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