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에 브라질 식당이 있다고
맛도 맛이지만
재미있는 곳이라고
후배의 초대를 받았다.
방역패스를 하고 4명이 자리잡았다.
소스랑 절임식품은 미리 차려져 있다.
빨간 비트, 양파샐러드, 고추피클, et cetera, et cetera
갑자기 구운 고기를 꿴 긴 칼을 들고 나타난
건장한 남미 젊은이
고기를 저며 각자의 접시에 놓아준다.
잘 생겼다고 막내후배는 고기보다 남미 젊은이를 더 반긴다.
코로나로 장사가 안 된다는데
브라질 식당은 성업 중.
이번에는 소시지를 줄줄이 꿴 기다란 꼬챙이
다음 칼에는 닭고기가 잡혀 매달려 있다.
맨 마지막에는 넓적한 스테이크가 불맛과 육즙으로 유혹하며
접시에 놓인다.
"재밌다, 재밌다, 맛있다, 맛있다"
고기 한 점 먹고 감탄 한 번 하고......
<세계테마기행>에서나 보던 광경이다.
아, 내가 지금 브라질에 와 있구나.
식당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식당 입구부터 붉은 물이 점점이 이어지다
엘리베이터 바닥엔 사건현장처럼 핏자국이 낭자하다.
우리가 금방 아구아구 먹고 나온 덜 익은 고깃덩이들도
엘리베이터를 탔었구나.
재미있기만 한 게 아니었다. 뒤집어 보니 엽기적이다.
종업원들이 쏘리 쏘리 하면서 대걸레로 닦고 나오는데
나도 한 마디
"그라시아스"
귀동냥이 입에서 나온다.
오늘의 세계테마기행이 끝나고 거리로 나오자
한기가 돈다.
뜨끈한 소머리 국밥 생각이 난다.
삼각지 그 노부부네 국밥,
파 듬뿍 넣고 빨갛게 버무린 파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인.
다음엔 한국기행을 해야겠다.
첫댓글 짧지만 표현이 상세히 잘 된 글, 내 입안에 군침이 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