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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상 모든 나라, 모든 인류가 피해를 본다.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전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탄소중립이 모든 국가의 국정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구온난화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한다.
지난 2021년 10월 17일에 서울의 최저 기온이 1.3도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추위는 6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가 더워진다는데 왜 이렇게 추운가? 지구온난화는 거짓이 아닐까?”라고 의심을 할 만하다.
이러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들어낸 인물이 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재임시인 2018년 11월 22일 미국 동부의 기록적인 한파 소식을 전하면서 “잔혹하고 매서운 추위가 모든 (한파) 기록을 깰 수 있다”라며 “지구온난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네델란드 기후 전문가 뵐렌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지구온난화)와 날씨(한파)를 혼동했다”하고 지적했다. 영국 기상학자 토빈은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는 지역에 따라 극단적인 날씨를 초래해 뉴욕시는 가장 추운 추수감사절을 보내겠지만, 북극해 라플란드는 이상 고온으로 눈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기상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때 이른 추위도 지구온난화의 결과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북극 온도가 상승해 중위도와의 대기의 온도 차가 줄어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이 제트기류는 쓰러지려는 팽이처럼 회전반경을 한반도가 있는 북반구 중위도까지 넓혀 파형을 그리며 북극 주위를 돌게 된다. 제트기류가 남하하고 이어 차가운 극소용돌이가 중위도로 내려옴에 따라 시베리아의 한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때 이른 겨울 한파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 겨울 한파도 지구온난화의 결과
일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자체는 인정하지만, 아직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거나 위험성이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 허구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는 2001년에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Bjørn Lomborg)가 펴낸 책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출판되고 나서부터이다. 롬보르는 지구온난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구온난화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급진적인 정책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2007년에는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상승된 온도로 인해 이산화탄소 증가가 발생하는 것이며, 사실 지구온난화는 활발한 태양 활동 때문이라는 주장을 담은 영국의 다큐멘터리 <지구온난화 대사기극(The Great Global Warming Swindle)>이 방영되어 지구온난화 허구설의 추종자를 많이 만들었다.
오랫동안 한반도와 극지방의 기후변화를 연구해 온 김백민 부경대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책을 2021년 6월에 펴냈다.
▲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블랙피쉬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을 수많은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하고, 과학자 100명 가운데 97명이 여기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른다는 주장은 과학계 다수설로서 믿을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려 왔고, 그 결과로 배출된 온실기체는 담요처럼 지구를 덮고 있다. 태양열이 온실기체에 갇혀서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니 기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280ppm에서 2021년 2월 416ppm까지 늘어났다. 150년 동안에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14도에서 15도로 1도 올랐다. 겨우 1도 오른 것을 가지고 웬 난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50년 동안에 1도 변화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다.
5억여 년 역사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10도부터 30도 이상까지 꾸준히 변했다.
▲ 5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온도 변화
가장 극적인 온난화가 있었던 5,500만 년 전 최대 온난기에는 평균기온이 5도 정도 올랐지만 이러한 온도 상승은 2만 년에 걸친 결과다. 최근의 기온 상승은 지구생태계가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인류와 동식물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기온 상승의 속도가 과거의 최대 온난기보다 20배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이 기후위기의 본질이다.
필자가 강원도 평창에 살면서 지구온난화를 실감하는 것은 평창에 사과 재배 농가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사과 주산지는 대구, 영천 등 남쪽 지방이었다. 그러나 어느 틈에 사과 산지가 북위도로 이동하여 평창군, 홍천군 등이 새로운 사과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봉평면에 있는 휘닉스파크 스키장은 겨울철에 눈이 적게 내리면서 인공눈 만드는 비용이 더욱더 늘어나고 있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서 이대로 가면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사실이지만, 김백민 교수는 “문명이 파괴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대중을 겁주는 태도는 경계한다. 기후위기를 과장하는 것은 막연한 공포를 일으킬 뿐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4년에 출판된 책 《6도의 멸종》은 지구의 온도가 섭씨 5도 상승하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자본시장이 붕괴되며…(중략)… 쓰나미가 발생하고 사람들은 부족한 식량 확보를 위해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라고 묘사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기후과학자들이 다가올 기후변화의 피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하면 이러하다. “비가 많이 내렸던 지역에는 비가 더 많이 오고, 가물었던 지역은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위기는 지구상 곳곳에서 홍수 피해가 더 커지고 가뭄 피해가 더 커지는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해마다 더 커질 것이다. 가뭄 피해는 농작물의 피해로 이어지고 식량 부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김백민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자들에게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언론에 “정보의 홍수인 시대다. 눈가리고 코끼리를 더듬거리는 식의 부분적인 보도는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기자들도 정확한 보도를 위해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가짜 뉴스의 홍수시대에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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