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뭉쳤던 근육이 풀리고 다시 일상의 몸으로
돌아왔을까요? 어울마당이 끝난 다음날 사람들이 아이고, 아이고 하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날 힘껏 달리고 불끈 힘을 썼던 탓에 며칠은 온몸이
뻐근했을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힘들다고 난리였지만 아이들은 멀쩡했다는 후문이 있었는데, 이제 며칠이 지났으니 다들 괜찮으시겠지요?
새하얗고 연보라 빛깔의 등나무꽃이 주렁주렁
피어있는 5월로 가는 마지막날에 사랑어린 어울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지난가을, 찬바람이 불어올 때 울력을 하면서 등나무의 가지를 자르고 뿌리를
캐내서 등나무를 보살폈습니다. 구령대 양쪽에서 운동장으로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맞이하고 따스한 봄햇살을 받더니 앙상했던 등나무는 어느샌가 꽃을
한껏 피워냈습니다. 한낮의 햇살이 따가워질 때 등나무 아래 푹신한 풀밭에 앉아 노래합니다.
"오늘은 좋은 날/ 어김없이 좋은 날/ 햇님
쨍쨍 좋은 날/ 비님 오셔 좋은 날/ 바람 불어 좋은 날/ 눈이 내려 좋은 날/ 하느님이 주신 날/ 오늘도 좋은 날"
오늘은 사랑어린 어울마당이 펼쳐지는 날입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힘껏 달리고, 불끈 힘을 쓰고, 함께 춤추며 온몸과 마음으로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배우는 날입니다. 5월로 가는 햇살은
찬란하고 와온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합니다. 앵무산은 오늘도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고 우리들 마음은 앵무산을 한달음에 달려오르고 더 높이
하늘로 달려갑니다.
제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사랑어린 3인 축구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가 함께 손을 잡고 세 명이 한 몸이 되어 축구공을 향해 뛰어갑니다. 이리 가야할지 저리 가야할지
내 맘처럼 몸이 움직이지는 않고, 누군가는 손을 놓기도 하지만 어쨌든 골은 들어갑니다. 축구는 역시 골이 들어갈 때 짜릿합니다.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축구가 끝나고 버럭, 함박꽃과 함께 한바탕 춤으로 축구판을 정리합니다.
비닐하우스 앞 화단에는 배움 첫길 여는 날 심었던 꽃모종이 예쁘게 꽃을 피웠습니다. 비닐하우스와 화단 사이에 사랑어린 나눔장이
펼쳐졌습니다. 장이 서기도 전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고 꽃처럼 환한 얼굴로 벌써 점을 찍어둡니다. 이건 내가 갖고 싶어! 사랑어린 나눔장은
점심을 먹고 열립니다.
어릴적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할 때면 김밥을 싸온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시골 학교에서 김밥을 싸온 친구가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소풍과 운동회 때면
꼭 등장했으니까요. 아마도 할머니에게 도시락 때문에 투정을 부리기도 했던 것 같지만 동네 어른들과 친구들이 둘러앉아 먹던 운동회
점심시간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도시락 보자기를 들고 오셨던 할머니와 어른들의 모습, 지나가는 누구라도 보이면, "아이~
머시야, 밥 묵었냐? 아나 이거 좀 묵어라!" 하며 여기저기서 들리던 목소리 그리고 찰밥에 김치 한 보시기,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우걱우걱
먹어대던 봄날 운동회의 맛있는 기억들...
지호는 오빠들과 아빠들의 먼지나는 축구판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귀부인마냥 우아하게 나나와 함께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 서로 나나를 안아보려고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아이들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나눔장터는 이제 엄마들 차례입니다.
맛있게 점심도 먹었고 나눔장터에서 원하던 것도 얻었고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으니 이젠 흙먼지를 가르는 일만 남았습니다. 중등에 오니
초등 때의 축구와는 사뭇 다르다며 축구에 빠진 천지인 친구도 있으니 오늘은 제대로 아빠들과 맞붙을 차례입니다. 오전에 손을 잡고 축구를 하느라
맘껏 달리지 못했지만 지금은 축구공을 쫓아서 힘껏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반엔 그동안 갈고 닦은 아이들의 축구실력으로 조직력에서 앞서서
선취골과 연속골을 넣더니 체력 때문인지 후반에는 밀리는 양상입니다. 그래도 기를 쓰고 골을 넣으려고 밀어부치는 아빠들! 축구는 역시
골맛이지요...^^
매주 월요일이면 버럭과 흑진주께서 지리산에서 내려와 와온바다로 오십니다. 두 분은 우리 몸짓과 장단 선생님입니다. 낮에는 아이들과, 밤엔
학부모, 배움지기와 함께합니다. 장구와 모둠북으로 장단을 배우고, 어깨를 들썩이고 무릎을 굽혔다 펴고 손끝을 가지런히 모아 몸짓을 배웁니다.
함께 어울려 놀 때면 우리 장단, 우리 몸짓이 제격이고 당연히 빠질 수가 없겠지요?
어른들 배움시간에는 장단이 딱 끝나는 법이 없고 한 장단이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누군가가 두드리는 북소리가 울립니다. 이른바 뒷북, 두둥!
부모들은 이렇게 헷갈리고 어려운 모둠북 장단을 천지인 친구들은 벌써 익혔습니다. 모둠북 전체가 북소리 하나로 딱딱 맞아 떨어집니다. 천지인
친구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둠북 한 판! 둘러앉아서 환호하는 동생들과 어른들 관객의 앵콜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센스!!
지금은 민들레가 씨앗을 퍼뜨릴 준비를 하는 시절입니다. 민들레 씨앗은 바람이 불어오면 제 몸을 맡겨 세상 어딘가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우리 배움터 곳곳에서 민들레는 홀씨가 되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언젠가는 민들레처럼 홀로
바람을 벗삼아서 제 길을 찾아갈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가 민들레처럼 이곳저곳에서 날아들어와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떠나갈 것인지 떠나서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일들 속에서 알 수 있는 일들을 찾는 놀이를 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특별히 함께 어울려 온몸과 마음으로 함께 놉니다.
배움터 안에서 생긴 일, 배움터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목영이네 집은 어디인지, 닭장 안에 닭 식구들은 몇 마리인지 등에
대해 OX퀴즈를 통해서 알아봅니다. 문제가 나가고 나면 구랑실과 하늘에가 잽싸게 줄을 칩니다. 맞힌 사람들은 환호하고, 틀린 사람들은 살짝
실망하기도 하지만 웃어 넘깁니다. 때로는 너무 쉬운 문제여서 틀려주기도 합니다. 마치 문제를 낸 사람에게 어울려 준다는 듯이 말입니다. 아니면
뙤약볕이 싫어서 얼른 등나무 그늘로 숨겠다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문제가 더해지고 탈락자들이 생깁니다. 그들을 구제하는 패자 부활전은 신나는 댄스
타임으로, 온몸으로 흔들어 봅니다.
운동장에서 용을 쓰고 있던 사람들을 바라보던 민재가 카메라쪽을 살짝 돌아봅니다. 어른들과 형, 누나들이 왜 저러고 있을까?
손에 침을 퉤, 퉤 뱉으면서 제대로 힘을 쓸 때가 됐습니다. 그 힘 하나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힘을 이룰 때,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있을
것입니다. 줄다리기는 너무나도 단순한 놀이이지만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는지 유쾌하고 재밌습니다. 한 쪽으로 쏠릴 때는 구경하고 응원하던
사람도 뛰어들어 줄을 잡아당기기도 합니다. 줄을 잡고 끌려가는 게 안쓰러워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지고 있으면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더라는 생각에 에잇, 하고 누군가는 뛰어들지만 한 번 쏠린 힘을 되돌리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줄을 당길 때 어른들이 옷을 벗어 깃발 삼아 영차영차를 외칩니다. 어른들 차례에 아이들이 응원을 하고 어른들은 팔로 당기지 말고
드러누워라, 어쩌라 하며 작전을 짭니다. 버티고 힘을 쓰느라 땅바닥이 패이고 목에 핏대를 세우지만 끌려갈 때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진영을
바꾸고 다시 시작합니다. 정말이지 이게 뭐라고 이렇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지... 그렇게 기를 쓰고 줄을 당긴 탓에 가운데를 표시한 빨간천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빨간천이 파르르 떨리고 힘의 균형은 팽팽하게 유지됩니다. 그렇게 줄다리기는 무승부! 화순군 줄다리기 명인이신
목영아빠께서도 무승부는 처음 봤다라고...
줄다리기의 팽팽한 힘과 열기를 진정시키러 막간 공연에 나선 천지인 댄스팀! 어디서든 아이돌 노래소리만 들리면 맞춰서 몸을 들썩거리는
사랑어린배움터 걸그룹입니다. 흙먼지 날리며 앵콜까지 두 곡의 춤을 선보이고 유유히 사라진 노는 언니들!
한 페이지에 실을 수 있는 사진 초과로 이어달리기와 마무리는 2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