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한분이 물건을 사시면서
“이것 이것 다 해서 만 원에 주세요.
주시려면 주시고,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게요.”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저는 한 번 내놓은 말은 절대 번복하는 법이 없습니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 그저 웃었다.
우리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인다”는 속담이 있다.
서로 가진 것이 다를 때
한쪽의 주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접점을 찾아보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참 칼같은 성격이시네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 이것 해서 만삼천 원이면 드릴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알았어요.”
하고 돈을 지불하고 가셨다.
백프로 이루어지는 법칙은 존재하질 않는다..
서로의 말을 꺾은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
여기에서 칼을 생각해 본다.
칼은 무엇이든
자를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한번 잘라진 것은 다시 붙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칼을 잘 쓰는 사람은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
손으로 재어보고 필요한 만큼만 자른다.
사람의 말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나는 한 번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이런 성격이 원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그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자르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칼같은 사람 옆에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상대의 잘못이나 습관, 버릇은 잘 찾아내면서
정작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의 모순을
찾아내는 역할만 하게 된다.
남의 것이 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윗사람의 자리에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위에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에 있는 사람의 부족한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보이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지적하여 상대를 무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살리는 말이어야 대화가 일어난다.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큰소리로 내 말을 들어달라고 해도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알아서 피해 간다.
질문을 한다면
내가 말하기 전에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혼자 말하는 것과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과 상대와 대화하는 것도 다르다.
상대와 대화하는 것과
상대를 이롭게 하는 말을 하는 것 또한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된다면
우리 사회의 토론 문화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토론만으로는 부족하다.
토론은 자칫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를 가리는 데 머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연구하면 달라진다.
내가 아는 것에 상대가 아는 것을 보태고,
상대가 모르는 것을 내가 보태면서
처음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토론하는 모임에서 함께 연구하는 모임으로 진화해야 한다.
아직도 과거의 방식으로 토론회를 열어
서로 자기 주장만 반복한다면
그곳에서는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
국민 모두가 지식인이 된 사회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제는 국민의 생각을 모으는
공모의 장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온 생각을 모으고,
그것을 다시 함께 연구한다.
그러면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고,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으며,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새롭게 발견했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함께 연구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사회의 어려움을 방치한 만큼
그 결과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러니 이제는
“내 말이 맞다.”
라고 주장하기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뒤
다시 함께 연구해야 한다.
공유하면서
대화가 시작되고,
대화가 연구가 되며,
연구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번은 시작해 보아야 한다.
2026년 8월 30일사회 연구원 김수길
공부는
혼자서 하지만
연구는 세명 이상이 모여서 의논해야
이루어진다.
매일 우리가
접하는 물이 가르쳐준다.
수소와 산소가 융합을 하면
물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생산이 되다.
물은
수소2개와 산소1개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새로움이다.
정법강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