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여전히 20대인 열성 아내 덕에 이 역사적인(?) 공연에 함께할 수 있었다. BTS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았지만 '정말 이 정도였나'를 체험한 하루였다. 3시간 전에 갔는데도 로즈보울 주변은 벌써 '난리' 였다. 주변도로는 아침부터 통제되고, 스타디움 옆 골프장까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하늘엔 경찰 헬기와 주류 방송 헬기들이 수시로 떠다니고, 수만 명 '아미(ARMY: BTS의 열성 팬그룹)'들은 서너 시간 전부터 장사진이었다. 한인은 4~5%정도이고 95%는 타인종이었다. 20세 전후의 젊은 아가씨들이 대부분이었고, 의외로 40~50대 한인 여성들도 꽤 보였다.
스타디움 안은 더 뜨거웠다. 6만 명이 함께 BTS를 연호하며 내지르는 함성은 그야말로 천둥소리였다. 나로서는 하나도 알아듣기 힘든 노래들을, 그것도 한국말로 척척 다 따라 부르는 광경은 경이로움 그 이상이었다.
사실 나같은 50대 아저씨가 요즘 노래, 특히 떼거리 군무가 트레이드마크인 K팝에 관심 가지기는 쉽지가 않다. 외모도, 노래도, 춤도 그게 그것처럼 보이거니와, 정서적으로도 감정이입이 잘 안 돼서이다. BTS 역시 그렇겠거니 했다. 하지만 지난 해 잇따라 빌보드 최정상에 서고, 유엔 연설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얘들은 뭔가 다른 게 있겠구나' 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그게 뭘까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인기 비결이 뭘까. 지역, 인종, 나이 구분 없이 왜들 그렇게 BTS에 열광할까.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미 사회 문화 현상으로 BTS를 조명한 글과 책이 적지 않았다. 탁월한 노래와 춤 실력은 기본이니 제쳐두더라도 다음과 같은 분석들엔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선, 노래 가사가 다르다. 기존 힙합이나 랩은 온통 섹스, 마약, 뒤틀린 사랑 타령이지만 BTS 노래들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젊은이들 스스로 외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준다. "멈춰서도 괜찮아/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멈춰서도 괜찮아"- Paradises(낙원) 중에서.
멤버 각자가 뿜어내는 스토리텔링도 남다르다. 별로 잘 난 것 없던 보통 아이들이 바닥부터 시작해 죽기 살기로 달려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리기만 한 게 아니다. 무엇을 하겠다, 어떻게 하겠다는 '철학'이 있었고 그것을 SNS로 팬들과 직접 나누었다. '아미'들은 그래서 더 푹 빠졌다.
그들은 정상에 섰음에도 여전히 겸손하고 성실하다. 그 나이 또래의 천진함, 순진함도 잃지 않았다. 이런 BTS를 미국 언론들이 더 열심히 띄워준다. 누구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모델로 그만한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