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와 마음 잇기』③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
프놈펜 왕궁, 국립박물관, 뚜얼 슬랭(Toul Sleng) 추모 박물관을 견학하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친절한 가이더의 한국어 해설을 들으며 왕궁과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박물관 견학을 통해 캄보디아의 역사, 전통과 사상, 종교, 생활상 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타 지역, 타국을 여행할 때 박물관을 꼭 들르곤 하는데 이는 그 고장, 그 나라의 역사, 생활사 등 전체적인 발자취를 표면적으로나마 한 눈에 알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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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왕궁 앞에 선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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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
갑자기 후두둑 쏟아지는 비로 더욱 참담한 뚜얼 슬랭(Toul Sleng)추모 박물관의 고문실, 심문 사진, 감옥, 영정, 해골 등 킬링필드의 잔해 앞에서 우린 숨이 멎을 듯 했다. 몇 백 년 전이 아닌 1970년대, 지구 한 편에서 이처럼 잔악한 대학살 사건(200여만 명이 살해됨. 미‧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투하된 미 폭탄 사망자도 포함되어있다고 함)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도저히 사실 같지가 않았다. 손이 하얀 사람(부유층), 안경 쓴 사람(지식인)은 무조건 사형의 대상이 되었다니……. 1980.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살상들이 겹쳐 떠올랐다. 캄보디아인들의 베트남과 프랑스에 대한 역사적 피해의식도 매우 강하게 느껴졌다. 배일 감정이 뿌리 깊은 우리이기에 캄보디아의 역사가 쉽게 깊이 공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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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얼 슬랭(Toul Sleng) 추모 박물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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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제 고문 기구와 참혹한 죽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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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사람들의 해골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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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에서 처형 당하는 장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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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감옥의 비좁고 열악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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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감옥의 비좁고 열악한 모습
탄식조차도 숨죽이며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아픈 역사관을 나섰다. 더위에도 지쳤지만 잔혹한 역사의 흔적은 우리를 더 깊은 우울감에 젖게 하였다.
그런 우리를 사)세끈의 서일권 이사께서 메콩강으로 안내하였다. 톤레샵 강과 메콩강이 만나 유유히 흐르는 강물 따라 Sailing을 하며 답답하고 우울한 가슴과 마음을 씻어내며 쉼의 시간을 가졌다. 강기슭 군데군데 표류한 듯 보이는 보트 피플들이 오히려 한가한 낭만을 선물하는 듯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백화점 Food Court를 찾아 갔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두루 맛보며 배불리 먹었다. 누구보다 일움학교 아이들이 반기고 즐거워했다.
저녁 식사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쇼핑과 휴식을 하고 나서 저녁 식사를 위해 예약된 북한 식당에 갔다. TV에서 보았던 미모와 예능을 겸비한 아가씨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상냥하게 우리를 반겼다. 정갈함, 맛, 차림에 정성이 담긴 음식을 즐기며 화려한 공연까지 준비된 멋지고 훌륭한 만찬이었다. 버들가지처럼 가녀린 몸으로 쏟아낸 그녀들의 화려한 외양 뒤에 가려졌을 땀방울이 생각나 왠지 짠하게 다가왔다. 딸을 가진 엄마라서 가지는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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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당에서의 음식상
우리는 식당을 나섬으로 캄보디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귀국을 몇 시간 앞두고 우리 일행은 두 갈래로 나뉘게 되었다. 우리(남편과 나)는 형편상 한국으로 바로 와야 했고 나머지 일행들은 중국 상하이를 거쳐서 귀국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4박 6일 동안 함께 했던 무더위 속에서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아쉬워 서로의 품에 안고 안기며 우리 모두가 튼튼한 사)세끈의 줄기가 되어 있음을 느꼈다.
『캄보디아와 마음 잇기』는 우리의 마음까지 이어준 참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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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치고 캄보디아 아이들과 일행들이 다 함께 " 사랑해요"
<후기>
『광주교육문화센터』의 목적, 취지, 활동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11명의 일원이 되어 캄보디아를 향해 떠났다.
이번 행사의 명칭 『캄보디아와 마음 잇기』가 무얼 의미하는 지도 몰랐다.
그저 해외 봉사라고만 생각하고 ‘일움학교 아이들과 함께’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임하였다.
하루 이틀 함께 먹고 자고 행사를 진행하고 리뷰 및 회의를 거치면서 사) 세끈이 『캄보디아와 마음 잇기』를 위해 지금껏 소리 내지 않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경비를 지원하고 정성을 모아 여러 모로 노력하고 애써 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또 우리나라에도 시간과 돈이 필요한 곳이 부지기수인데 외국 아이들에게까지 곁을 준다며 오지랖 넓음을 비아냥댈 수 있음에도 사)세끈이 꿋꿋하게 사랑하고 봉사할 수 있는 힘과 정신의 배경은 무엇일까. 왜 이처럼 바쁜 시간을 내고 없는 돈을 쪼개어 진땀을 흘리는 것일까.
함께 동행한 일움학교 아이들 3명의 동정을 행사 내내 유심히 살펴보았다.
또래의 아이들과 상당히 다른 점이 많았다. 선생님의 세세한 관심과 따뜻한 사랑이 많이 요구되는 아이들이었다. 신경과 심경이 예민한 아이들이기에 늘 아이들을 우선순위에 놓고 상태를 살펴가며 아이들을 대함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다행하게도 K•Pop Dance로 인기스타가 된 건주의 밝아진 얼굴은 크나큰 수확이었다.
세 아이 모두 별 불평 없이 행사 기간 내내 밝은 얼굴로 적응을 잘해 주어서 고마웠다.
일움학교 몇 명의 학생들에게 쏟아 붓는 경제적, 인적 자원의 정성과 사랑이 이처럼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아를 찾아 나아갈 바 미래를 꿈꾸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세끈의 이념이 저 낮은 곳, 캄보디아 아이들 머리, 가슴에 닿아 단 한 아이라도 이 희망의 끈을 꼭 붙잡고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열심히 꿈꿀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겸손한 나눔으로 곰익는 아름다운 사)세끈이 캄보디아를 넘어 세상 낮은 곳의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끝없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무더운 우기 속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캄보디아와 마음 잇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힘쓴 사)세끈 관계자 분들과 일움학교 관계자 분들 그리고 일움학교 학생들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첫댓글 세끈의 인연들이 사랑, 나눔을 필요한 세상의 끝까지 쉬지않고 이어지길 원합니다. 보람된 시간들이었음을 함께 감사합니다. 캄보디아의 순수한 눈망울들 기억하렵니다.